가고 싶은 곳
가끔씩 두 눈을 감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장소에 와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낀다.
아침이면 어느 소도시 모퉁이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앉아 책과 커피를 음미하며 한가로이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따스한 햇빛에 먼 하늘 살짝 올려다 보기도 하고, 카페 옆 행인들이 들려주는 첼로 음악에 마음을 맡기며 마음속 춤을 춘다.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행선지를 궁금해 본다. 그들이 만날 수많은 인연들에 대해서도 상상해 본다. 한 무리가 지나가면 그 사이사이에 공허함을 비하기 위해 나도 자리를 나선다.
잠시 마을 외곽으로 산책을 나선다. 얼마 안 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나무와 돌로 지어진 집들을 마주하니 마음이 동요된다. 돌 틈 사이로 피어난 풀과 꽃 그리고 오랜 이끼가 속삭여 주는 아련함과 신비감에 눈과 귀 기울인다.
한 바퀴 돌고 나면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집에 돌아온다. 뒷마당에 그동안 키워 알차고 실하게 자란 토마토와 당근을 가져온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파스타와 함께 연어 샐러드를 먹는다. 나름 건강한 식사를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해 만들어 먹는다. 함께 키우는 강아지도 건강한 재로로 만든 점심 한 끼를 만들어 준다.
다시 한번 커피를 내려 의자에 앉는다. 강아지는 내 발밑에서 노곤히 잠을 청하고, 다시 한번 상상의 세계와 만난다. 그럴듯한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있는 세계를 나는 그것을 단순히 글로 써 내려간다.
예전에 책과 영화에서 본 정말로 가보고 싶었던 멋진 장소들이 있다. 그곳은 도시가 아닌 소도시였다. 나는 그런 곳에 더 이끌렸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점점 그 수가 줄고, 스쳐 지나치기 바쁜 곳에서 한사람 한사람 말을 건네며 인사를 주고받는 곳을 좋아했다. 많이 걸어 머릿속 상상이 두 눈으로 마주한 현실의 세계로 만들었다.
이미 이루어졌음을 나는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