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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Jun 30. 2020

자기 책을 훔친 작가

하마터면 책 도둑이 될 뻔

이 글은 어느 작가의 책 절도 미수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임을 밝혀둔다.


때는 2020년 초여름. 코로나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그는 노트북 화면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네이버.... "

"다음.... "

"아씨! 왜 안 나와!"


어떤 검색엔진을 써도 그가 찾고자 하는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이제 어떻게 하지?'

'그래 도서관을 찾아보자!'


그는 도서관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을 시도한다. 드디어 그 책을 찾았다. 그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해당 도서관 이름을 머릿속에 저장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여긴 어떤 곳이지? 가장 큰 도서관이겠지? 서울에 있을 테고. 여긴 안 되겠어'

'지역 도서관을 찾아보자'


다시 그는 다른 도서관을 물색한다.


"찾았어!"

"여기서 멀지 않아"


그는 해당 책이 있는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다. 그 책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는 그 책을 소유하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책은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지?'


그는 그 책을 훔치기로 했다. 도서관으로부터... 그렇다고 절도를 대놓고 할 수는 없는 일. 책을 빌린 뒤 분실을 핑계로 반납하지 않기로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분실된 도서 처리 방법이 다양하게 나와있다.


분실된 책을 다시 새책으로 사다 주던지, 구하지 못하는 책은 책값으로 변상하기도 한단다.

이제 구하기 힘든 책이니까  책값을 내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고 그는 드디어 현장으로 차를 몰고 떠났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삼엄한 코로나 검역이 한참이다.

도서 검색대에서 해당 도서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도서 위치 표를 출력한다.


'도서가 제 위치에 없으면 어떻게 하지?'


다행히 도서는 제자리에 있다. 도서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를 들고 와 책상에 앉는다.

'이런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쓴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다.

머릿속은 이미 그 책을 쓰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서 그때의 기억 속을 꿈결처럼 헤매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여름 무더운 해도 서서히 기울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그는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아올 범인처럼 스마트폰으로 책과 책이 놓였던 곳의 위치를 찍는다.


그는 대출을 마치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로 이 도시에서 이 책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며칠 후 그는 우연히 인터넷 중고 책방에서 동일한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도서관에 고이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 책은 대학시절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공동 저술한 책이었다.

원고료는 5만 원 정도 받았던 기억이 있고 책이 완성되고 한 권을 받았으나 분실해버리고 이후 절판이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갑자기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 책을 넘봤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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