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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Dec 07. 2021

지옥 기둥

탑의 계층 아래

시체의 산이자 망자들이 게걸스레 달려드는.

어처구니없지만 그 망자들이 달려들고 달려들어 기둥이 되고, 끊임없는 그들의 욕망과 집착, 생존이라는 발버둥이 '탑'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막혀있는 출구, 사실 그림에 불과할 뿐인 그 출구.

까마득한 나락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망자와 망령은 서로를 타 넘고, 손톱으로 할퀴어 대고, 발로 때로는 주먹으로. 어떤 것은 칼을 휘두르며, 다른 망자들의 뒤통수에 갈고리를 박는다.

 거칠게, 끊임없이 일렁이는 유기체의 모습으로 기둥은 매 순간 솟아오르는 중이다. 수억 구는 족히 넘을 듯 장엄한 망자의 뭉터기가 꿀렁거리는, 기둥의 외벽을 지나 그 심지를 들여다보면


어째, 한 가닥의 동아줄이 드리워 있지 않을까.

싸움에 지친 나는 나락으로 몸을 던지었다. 어쩌면 욕망에 끌린 것일지 모른다. 


 지옥에서의 시간이란?

 이 무한의 공간에서 시간이란 덧없다. 맹렬하고 치열함이 그것을 무디게 할뿐더러- 탈출에의 강력한 몰입이 시공간을 저 출구라는 점으로 압축시킨다.


 이승, 인간계에서도 그러지 못했던 그 사력을 다하고 날 때쯤.

난 어쩜 망자 중엔 난 놈이었는지 출구에 손이 닿는다. 분명 만지고 있는데도 닿을 수 없는, 손잡이를 작동시키거나 할 수 없이 그저 그림에 불과한..


역시, 지옥

에서의

희망이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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