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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Mar 17. 2023

작가실격

오랜만에 뵙습니다.

3월 17일 06:30 경 꾼 꿈입니다.

웬 미용실에서 이발을 했는데 완전 옆머리를 쥐파먹은 듯 잘랐더군요.

클레임 겁니다. 이 머리 8개월을 꼬박 기른 머리거든요. 그러니 무서운 형아들이 미용실에 들어옵니다.

지코와 박서준. 박서준은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모습처럼 짧은 까까머리를, 가수 지아코는 옆머리가 하얗게 드러난 아이비리그 컷을 하고 있었습니다.

멋있었습니다. 미용사에게 차라리 처렇게 잘라달라고 말했더니 머뭇거립디다. 저도 그렇게 요청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니 제 머리는 뜨는 머리.

그들의 머리는 제가 다운펌을 하지 않으면 감히 흉내내지 못할 스타일이더랍니다. 미용사는 퍼머약이 없노라고 이실직고 했습니다. 그래놓고는 업소에서 유통하지 않는 사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다 못을 박더군요.

난감한 상황, 아! 박서준과 지아코가 나섭니다.

'우리 같이 페스티벌 갈래?'


그렇게 작은 페스티벌, 아니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의 축제에 참여한 셋. 규모는 임실군 전국 노래자랑만했습니다. 분위기는 페루라는 남미의 한 국가를 떠올리게 했구요. 사람들은 무대 앞 모닥불을 피워놓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음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꿈 속에서 3인칭으로 제 머리를 보니 최근 더글로리라는 드라마의 '전재준' 역과 같은 머리로 보입니다.

갑자기 박서준이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시작하더군요. 아마도 그의 차례였을 겁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지요.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이태원클라쓰 OST 시작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중간에 지코마저 치고나가며 합창합디다. 좋은 구경했습니다.

순서는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 지코가 먼저였는지는.

대부분이 외국인인 청중들은 팔짱을 끼고 흡족하게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한 배불뚝이 취객이 다가와 말을 겁디다.

둘의 공연 이전, 댄스 타임에서 자신의 딸과 왜 블루스를 추지 않았냐고, 또 제 머리를 보곤 '미시시피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주변에 있던 한 노란머리 청년이 다가와 해석을 해줍니다. '틀어박혀 공부만 했을 것 같은, 방금 사회에 나온 스타일'이라 말하고 있는 거라고.

샌님이란 말이죠....... 그 대신 순진한 모습과 정직한 태도가 마음에 든다나. 셋은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술주정을 피하기 위해 슬쩍 자리를 옮기니 낚시터처럼 조각배와 여러 호실이 물에 떠 있었고, 누군가 조상님을 뵙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합니다.

그저 그 호실에 들어오신 조상님을 뵙고 심부름 한가지를 하는 것이었죠. 한 조상님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갓을 쓰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채 호실에 양반처럼 앉아 계셨었습니다.

시급이라도 물어봤어야 했을텐데, 제안에 대한 답변을 머뭇거리는 사이 옆에 있던 건초더미에서 흑인 두 아이가 뛰어와 말을 겁니다.

암내가 났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꿈에서 후각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오죽했으면 제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방법이 바로 냄새맡기였습니다.

어쨋거나, 똥딸만한 그 아이들은 없어보이는 절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깨를 툭툭 친다던가, 알아듣기 힘든 슬랭으로 심기를 건드려본다던가.

똥똥한 흑인 아이들, 귀여웠습니다.

되려 자신있게 말했죠. "유얼 스타일 이즈 쏘 쿨."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을 칭찬해주니 약간 뜸을 들이다 설명을 해주더랍니다.

왜, 그들이 입은 옷은 레트로 정장이었거든요. 그 친구들이 입고 있던게 조끼에 셔츠, 면바지라고 해야하나....... 구두에 스타킹, 페도라까지.

찰리채플린이 주로 입던 옷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전 모습을 보며 '1930 브롱코 스타일'을 홀로 되뇌이다 잠에서 깨어 메모를 했습니다. 말하자면 꿈 일기를 남긴 것이죠.

그러나 포드 브롱코는 1966년생이더랍니다. 대신 차량 전고가 정확히 1930mm더군요.

참고로 찰리 채플린은 1889년 ~ 1977년 사람입니다.

6, 7, 8, 18, 19, 30.

아아 조상님, 숫자를 이렇게 찍어주시다니요. 수발을 들어드리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꿈과 해몽을 믿지는 않습니다.

꿈은 우리의 뇌가 무의식 중 정보처리를 하는 동안 일어나는 착란, 혹은 일종의 환각같은 것이라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 검색해본 바로는 시신경계의 퇴화를 방지하기 위한 '화면보호기' 같은 것이라 하더군요. 사실상 우리는 인생의 1/3 이상을 잠에 들어, 검은 화면만을 보며 살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제겐 꿈에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세례명조차 꿈꾸는 자 요셉이지요.

바로 구글을 켰습니다.

머리 자르는 꿈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하는 군요,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합니다.

지식이 쌓여 성장하게 됨을 의미하기도 하고, 연인관계를 정리하고 다른사람과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는데 후자는 신혼이니 패스.

머리를 자르고 후회하는 꿈에 대한 해몽도 있습니다. 꿈은 반대라더니 이발과 관련된 해몽은 직관적으로 일치하는군요. 현실에서 역시 후회나 불안의 요소가 존재함을 의미한답니다.

계획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는데.......

하하, 이래서 제가 요즘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대충 무슨 느낌인지는 알았습니다. 간만에 세세하게 기억나는 꿈을 꿨네요.

해몽풀이해볼 요소들이 아직 많이 남은 꿈이기에 뜯어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어서 이 꿈을 꾼 당일 있었던 일들입니다.

한 만화가로부터 스토리 보조 제안을 받았습니다.

방송을 시작했으며 한 시청자와 소통을 나눴습니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사설 서버에 직접 초대받아 게임을 배웠습니다.

조향과 글이 접목된 의뢰를 처음 받아보았습니다. 고객이 매우 만족하여 스스로도 흡족했습니다.

저번 주에는 문화창작팀 활동 제안을 받아 다음주 조향 컨설팅을 동반한 미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동네에서 예비군 업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출퇴근 시간이 두 시간 하고도 반이 걸렸었는데. 이번에는 걸어서 12분, 차로 5분 거리라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내 글은 여전히 뒷전입니다.

작가실격.


그럼에도 작가라는 먼 산을 향해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읍니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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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channel/UCbm5duJAQolylIFOvB7eHNw

유튜브와 트위치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 보다 가볍고 나이브한 황구일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트위치/인스타그램에서 '마계삼촌' 검색!


조... 좋아요, ㄱ구독 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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