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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인의 호수토리 Nov 13. 2020

20년의 미래를 뒤바꾼 운명의 4쿼터 (1부)

99~00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스토리

2000년 6월 4일. NBA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마지막 7차전. 경기 종료 45초 전.


스카티 피펜을 상대로 탑에서 크로스오버 드리블에 이은 페네트레이션에 성공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샤킬 오닐에게 회심의 앨리웁 패스를 올린다. 오닐의 파워풀한 원핸드 앨리웁 피니쉬와 함께 스코어는 6점 차로 벌어지며 레이커스 85 : 79 블레이저스. 이후 경기 종료까지 지속된 포틀랜드의 파울 작전에 휘말린 레이커스는 무려 6개(!!)의 자유투를 미스하며 멘탈이 흔들리는 듯했으나, 결국 최종 스코어 89 : 84로 승리하며 2000 NBA 결승전행 티켓을 거머쥔다.


2020년 6월 4일. COVID-19로 임시 중단된 NBA 정규시즌. '올랜도 버블'의 탄생.


'올랜도 버블'의 탄생이 확정된 이 날은 'BRYANT....TO SHAQ!'가 탄생한 지 정확히 20년이 된 날이기도 했다. 블리처 리포트 애널리스트 하워드 벡과의 인터뷰에서 샤킬 오닐은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장 터프한 팀이었고, 우리를 상대로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일한 팀이었다.'

'They were the toughest team, and they were the only team that wasn't scared of us'


19 시즌에 걸친 기나긴 NBA 커리어를 자랑하는 샤킬 오닐이 꼽은 가장 위협적이었던 팀. '판타지 팀'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로스터의 기막힌 밸런스와 끝없는 깊이 덕분에 선수들의 네임밸류만으로도 상대팀의 두려움을 자아냈던 팀. 하지만 승자만 기억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빛나야 했던 단 한순간에 소름 끼치는 침묵과 함께 자멸하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팀. 99~00 시즌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짧고 굵은 전성기 돌아본.


99~00 블레이저스의 핵심이었던 라시드 월러스와 스카티 피펜, 그리고 마이크 던리비 감독 (출처 : BROBIBLE)




# 플레이오프 원조 단골손님


NBA 팬들에게 '블레이저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1977년부터 1995년까지 무려 814 경기(!!) 연속 홈 경기장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스몰 마켓의 저력을 입증한 블레이저매니아 (feat. 빌 월튼), 아크로바틱한 운동신경과 더불어 코트 위 최고의 매너로 빛났던 클라이드 '더 글라이드' 드렉슬러,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치게 안타까운 부상의 주인공들 (feat. 브랜든 로이, 그렉 오든..), 육안 및 스탯으로 검증 완료된 2010년대 리그 최고의 미드레인지 슈터 라마커스 알드리지 (ESPN 스탯 괴물 애널리스트 커크 골즈베리의 슈팅 차트 참고), 설명이 필요 없는 데미안 릴라드 등.. 질문을 받는 이의 연령에 따라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미국 전역에 '블레이저매니아' 붐을 일으킨 스몰 마켓 챔피언 '77 블레이저스의 에이스 빌 월튼 (출처 : BLAZERSEDGE)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이 간과하고 있는 이 팀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꾸준함'이다.


포틀랜드는 '84 드래프트에서 마이클 조던 대신 샘 보위를 선택하며 수십 년간 글로벌 조롱을 받아 왔지만, 실제로는 그 수십 년간 공백 없이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CONSISTENCY'의 주인공으로 기록되어 있다.


[NBA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


1. 샌 안토니오 스퍼스 (1998 ~ 2019, 22회)

1.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1950 ~ 1971, 22회)

3.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 (1983 ~ 2003, 21회)

4. 유타 재즈 (1984 ~ 2003, 20회)


21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의 내면에는 분명 '77 우승 및 '90 & '92 준우승과 같은 영광의 순간도 있었지만, 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팀이 정체의 늪에 빠지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특히 원조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였던 클라이드 드렉슬러를 떠나보냈던 94~95 시즌을 포함, 포틀랜드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90년대에만 6년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결단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1992 드림팀 동료 마이클 조던과 클라이드 드렉슬러. 드렉슬러의 이탈과 함께 시작된 포틀랜드의 정체기 (출처 : NBA.COM)




# 대권 도전이냐, 리빌딩


'96 오프시즌 블레이저스 프론트 오피스의 행보를 이켜보면 팀의 운영 방향은 분명 리빌딩에 초점이 맞져 있었다. 비록 팀 관계자들과의 마찰은 있었지만, NBA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 로드 스트릭랜드를 워싱턴 불리츠(현 위자즈)로 보내면서 받아온 선수는 22세의 2년 차 포워드 라시드 월러스. 아울러 '96 드래프트에서는 하이스쿨 빅맨 저메인 오닐을 픽하면서 'WIN NOW'에 앞서 'POTENTIAL'을 선택한다.


이어진 97~98 시즌 도중 총 6명의 선수와 3개의 드래프트 지명권이 오고 간 토론토와의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블레이저스는, 당시 24데이먼 스타더마이어(AKA 마이티 마우스)를 붙박이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며 1번 포지션에서의 세대교체를 완성시킨다.


95~96 루키 시즌 평균 19.0 PPG 9.3 APG를 기록하며 '올해의 신인'에 선정된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출처 : BLAZERSEDGE)


'98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1라운드에서 레이커스를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에는 디트로이트와의 드래프트 지명권 교환 방식을 통해 대학 시절 득점 머신으로 명성을 날린 스윙맨 본지 웰스 영입하면서 로스터의 모든 포지션에 젊은 재능을 확보한 상태로 98-99 시즌에 임하게 된다.


(훗날 'JAIL BLAZERS'의 핵심 멤버로 거듭나게 될) 본지 웰스와 라시드 월러스 (출처 : BASKET MAGAZINE)




# '판타지 팀'의 탄생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라스트 댄스' 이후 치러진 첫 번째 시즌이었던 98~99 시즌. 직장폐쇄의 여파로 단축된 형태로 치러진 이 시즌은 NBA 팬들에게 모든 면에서 수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종료된다.


하지만 무려 10명에 달하는 고정 로테이션 선수들을 바탕으로 이타적인 팀 플레이를 선보이며 선방했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뉴욕 닉스와 더불어 단축시즌의 몇 안 되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포틀랜드의 정규시즌 기록은 35승 15패로 서부 콘퍼런스 3위. 이는 슈퍼스타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LA 레이커스나 휴스턴 로케츠보다 더 훌륭한 성적이었다.


'99 단축시즌 포틀랜드 돌풍의 주역 브라이언 그랜트. 'RASTA MONSTA'라는 멋진 별명의 주인공 (출처 : OREGONLIVE)


비록 포틀랜드가 99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추후 챔피언에 등극한 샌 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스윕을 당하며 시즌을 마감하지만, 포틀랜드의 프론트 오피스는 기대보다 빨리 찾아온 'WIN NOW'의 기회를 포착하고 다음 시즌 챔피언십 컨텐더로 거듭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되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당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구단주였던 폴 앨런은 '우승을 위한 지출은 행복한 지출'이라는 모토로 NBA의 샐러리캡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마 무시한 지출 퍼포먼스를 시전한다. 직장폐쇄 관련 노사 합의의 일환으로 01~02 시즌부터 사치세*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구단주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 포틀랜드의 프론트 오피스와 밥 윗시트 단장에게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01~02 시즌 부 특정 팀의 샐러리 캡이 리그에서 책정한 사치세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그 초과분과 동일한 액수를 일종의 벌금과 같은 형태로 리그에 반환하도록 규정.


데미안 릴라드에게 '이달의 선수' 트로피를 전달하는 폴 앨런 전 구단주 (출처 : NBA.COM)


[99~00 시즌 NBA 구단 페이롤 순위]


1.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73.9 밀리언 달러)

2. 뉴욕 닉스 (72.3 밀리언 달러)

3. LA 레이커스 (55.0 밀리언 달러)

4. 인디애나 페이서스 (54.9 밀리언 달러)

* 참고로 NBA 사무국에서 책정한 99~00 시즌 샐러리캡은 34.0 밀리언 달러. 즉, 블레이저스는 샐러리캡의 2배가 넘는 팀 페이롤을 기록한 것이다.


[포틀랜드의 '99 오프시즌 주요 무브]


(1) 스티브 스미스, 에드 그레이 (애틀랜타)  <->  (포틀랜드) 아이재이아 라이더, 짐 잭슨

(2) 데틀레프 슈렘프 (FA)

(3) 스카티 피펜 (휴스턴)  <-> (포틀랜드) 스테이시 오그몬, 켈빈 케이토, 에드 그레이, 카를로스 로저스, 브라이언 쇼, 월트 윌리엄스


첫 트레이드 상대는 애틀랜타였다. 어느 시대에서든 통한다는 득점형 가드지만 서로 스타일이 겹치는 아이재이아 라이더(AKA 소름악동)와 짐 잭슨을 내보내고 영입한 스티브 스미스는 1998 올스타 선정 경력이 있는 스타급 붙박이 슈팅가드이자, 투철한 프로 정신과 젠틀맨 이미지 덕분에 애틀랜타 시절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선수였다.


데틀레프 슈렘프는 37세의 나이로 비록 전성기 시절은 지났으나, 인디애나 및 시애틀 시절 올스타 3회 선정 경력을 자랑하는'독일산 스위스 나이프'로서 다재다능한 플레이 스타일과 더불어 풍부한 경험과 베테랑 리더십을 더해 주었다.


노비츠키의 롤모델이자, 독일 출신 NBA슈퍼스타의 원조 데틀레프 슈렘프 (출처 : OKLAHOMAN)


마지막으로 스카티 피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비록 1년간 몸담았던 휴스턴 로케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공격 퍼포먼스와 구린 오프코트 매너를 선보였지만, 그는 여전히 그랜트 힐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포인트 포워드이자 올 디펜시브 퍼스트팀에 빛나는 투웨이 플레이어였다.


'99 오프시즌 포틀랜드가 영입한 두 명의 올스타 스티브 스미스와 스카티 피펜 (출처 : BLAZERSEDGE)


[99~00 블레이저스 뎁스 차트]


1.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 그렉 앤써니

2. 스티브 스미스 / 스테이시 오그먼

3. 스카티 피펜 / 데틀레프 슈렘프 / 본지 웰스

4. 라시드 월러스 / 브라이언 그랜트

5. 아비다스 사보니스 / 저메인 오닐


도합 21회 올스타 선정. 역대 최고의 (노장) 용병 X 2. 리틀 앨런 아이버슨. 허슬과 더블더블의 산 증인. '제2의 케빈 가넷' 꿈나무. 차세대 비니 '마이크로웨이브' 존슨. 웬만한 선발팀 전력을 갖춘 벤치 뎁스. 따끈따끈한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열정적인 홈구장.


이제 블레이저매니아의 영광을 재현할 우승 1순위 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99-00 시즌이 개막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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