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후보 1순위' 포틀랜드
SPORTS ILLUSTRATED. ESPN. LAS VEGAS.
현지 메이저 미디어와 라스 베이거스의 스포츠 베팅업체들은 99~00 시즌 개막에 앞서 블레이저스의 정규시즌 1위 달성 및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친다. 이 팀의 로스터는 네임밸류만으로도 불공평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으나, 그렇다고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EGO'로 가득 찬 이 팀이 과연 융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평균 12 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무려 7명. '공이 여러 개 필요한 거 아니냐'는 조롱 섞인 비판 역시 들려왔다.
[라스 베이거스가 베팅한 우승팀]
1.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2. LA 레이커스
3. 샌 안토니오 스퍼스
4. 뉴욕 닉스
5. 유타 재즈
수많은 'EGO'를 하나의 'TEAM'으로 녹여내야 했던 마이크 던리비 감독 (출처 : SPORTINGNEWS)
하지만 블레이저스는 보란 듯이 첫 11경기 중 10경기를 승리하며 리그 전체에 경고탄을 쏘아 올린다.
# '우승후보 1순위'의 승리 공식
초반 러시의 배경에는 '정공법'이 있었다. 마이크 던리비 감독은 트랜지션 오펜스를 통한 손쉬운 득점 기회를 노리기에 앞서, 턴오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세트 오펜스로 정면승부를 펼치는 전략을 채택한다. 99~00 시즌 블레이저스의 경기 페이스 지수는 89.9로 리그 최하위권(25위) 수준. 하지만 이러한 거북이 농구 스타일의 내면에는 리그 1위에 빛나는 팀의 야투 성공률(47%)과 리그 6위의 팀 야투 허용률(43.1%)이 있었다. 즉, 블레이저스는 경기 중 불필요한 플레이를 최소화하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동시에 퀄리티 높은 포제션으로 상대팀을 공수 양면에서 제압한 것이다.
[ 99~00 블레이저스의 공수 밸런스]
- 공격 3위 (107.9, Offensive Rating 'ORtg' 기준)
- 수비 5위 (100.8, Defensive Rating 'DRtg' 기준)
* ORtg와 DRtg는 100개의 포제션이 주어졌을 때 팀이 포제션 별 얼마나 많은 득점과 실점을 기록하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특정 팀의 공력력과 수비력을 측정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스탯이라 할 수 있다.
정공법의 중심에는 역대 최고의 패싱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로부터 파생되는 세트 플레이가 있었다. (출처 : BLAZERSEDGE)
특히 아이스하키식 선수 교체가 가능한 정도로 두터운 로스터는, 던리비 감독으로 하여금 '매치업 상성'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라인업을 구사할 수 있게 했다. 블레이저스가 82경기에 달하는 정규시즌 내내 2경기 이상의 연패 기록이 없었던 이유는, 필요에 따라 라인업을 수정해가며 '맞춤형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로스터 상의 유연성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99~00 정규시즌 기준 평균 18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기록한 포틀랜드 선수는 9명, 평균 12분 이상은 무려 11명이었다.
99~00 시즌 팀 내 평균 출전시간 3위, 득점 2위를 기록한 스티브 스미스 (출처 : YAHOO)
1999년 12월 21일부터 2000년 2월 27일까지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11연승 기록을 포함하여 무려 27승 4패라는 소름 끼치는 팀 성적으로 승승장구한 블레이저스. 비록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숨 고르기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포틀랜드의 성적은 프리시즌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규시즌에 거둔 59승은 LA 레이커스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의 기록인 동시에 블레이저스 프랜차이즈 역대 2위 기록이기도 했다.
99~00 시즌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서고동저'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즌이기도 했다. 서부 콘퍼런스의 챔피언이 곧 NBA 챔피언이라는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정규시즌 최종 스탠딩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상위 다섯 팀 중 무려 네 팀이 서부 콘퍼런스 소속. 그중에서도 1, 2위의 레이커스와 블레이저스의 플레이오프 매치업은 이미 프리시즌부터 진정한 NBA 결승전 매치업으로 여겨졌다.
[99~00 정규시즌 최종 스탠딩]
1. LA 레이커스 (67승 15패)
2.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59승 23패)
3. 인디애나 페이서스 (56승 26패)
4. 유타 재즈 (55승 27패)
5. 피닉스 선즈 (53승 29패)
플레이오프 1, 2라운드에서 케빈 가넷의 미네소타와 '스탁얼론' 콤비의 유타를 손쉽게 꺾고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블레이저스. 이제 전 세계 팬들이 갈망하는 레이커스와의 시리즈만이 남아 있었다.
# 미리 보는 결승전. 대망의 2000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흥미롭게도 이 매치업은 우리를 다시금 '라스트 댄스'로 돌아가게 만든다. 두 번째 THREE-PEAT을 달성한 시카고 불스가 마이클 조던의 은퇴와 함께 공중분해되자, 필 잭슨은 1년 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99~00 시즌에 레이커스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다. 조던의 백코트 메이트였던 론 하퍼 역시 잭슨과 같은 시기에 레이커스에 합류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스카티 피펜은 휴스턴에 1년 간 몸을 담은 뒤 포틀랜드로 이적한다. 레이커스-블레이저스 시리즈는 90년대 불스 왕조를 이끌었던 주역들 간의 매치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팬들과 미디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볼거리였던 것이다.
레이커스 감독으로 변신한 필 잭슨과 정규시즌 MVP 샤킬 오닐 (출처 : ESSENTIALLYSPORTS)
정규시즌 기준 상대 전적은 2승 2패로 동률이지만 스탠딩 순서에 따라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가져간 레이커스. 신식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1차전에서 레이커스는 109 : 94 스코어로 손쉽게 승리한다. 41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5블락을 기록한 샤킬 오닐의 퍼포먼스는 이 시리즈에 대한 모든 기대감을 단숨에 박살 내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사보니스와 월러스의 더블팀 디펜스도 1차전에서 오닐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출처 : BLAZERSEDGE)
하지만 TNT 애널리스트 케니 스미스가 몇십 년째 밥 먹듯이 얘기하듯이, 플레이오프는 홈팀이 패하고 원정팀이 승리하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었을까? 총 74 득점을 합작한 월러스-피펜-스미스 트리오의 맹활약에 힘입어 블레이저스는 2차전을 106 : 77 스코어로 압도하며 레이커스의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단숨에 빼앗아버린다.
2차전에서 29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블레이저스의 올스타 라시드 월러스 (출처 : TIMELESS SPORTS)
1차전과 2차전이 가비지 타임의 향연이었던 반면, 로즈 가든에서 치러진 3차전은 마지막 1초까지 박빙이었다.
경기 종료 1분 15초 전. 블레이저스 89 : 91 레이커스. 피펜이 코비를 상대로 파워 무브에 이은 베이비 훅샷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91 : 91 동점. 이어진 포제션에서 오닐의 패스가 백코트 바이올레이션으로 인정되며 블레이저스에게 주어진 역전의 기회. 하지만 골 밑에서 더블팀을 당한 피펜의 킥아웃 패스가 아군이 아닌 적군 글렌 라이스에게 전달되면서 다시 레이커스 포제션. 경기 종료 33초 전.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더블팀을 당한 코비는 침착하게 좌측 코너에서 대기 중이었던 론 하퍼에게 회심의 투핸드 오버헤드 패스를 전달, 그리고 이어진 하퍼의 오픈 점프샷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형태로 림을 통과한다. 경기 종료 35초 전. 좌측 엘보우에서 엔트리 패스를 전달받은 라시드 월러스는 피벗 무브를 활용한 점프샷을 시도하려 했으나, 소름 끼치는 타이밍에 도움수비를 들어온 코비에게 스틸을 당하고 만다. 경기 종료 20초 전. 풀코트 프레셔를 피해 성급하게 하프라인을 넘어가던 글렌 라이스는, 뒤에서 다가온 데이먼 스타더마이어에게 포켓 스틸을 당하며 마지막 포제션을 어이없게 블레이저스에게 넘겨준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초. 전열을 가다듬은 뒤 페네트레이션을 시도한 스타더마이어가 3점 라인에서 대기 중이었던 아비다스 사보니스에게 패스를 날린다. 한 차례 페이크를 통해 오닐을 제친 사보니스는 그대로 림까지 돌파를 시도하며 마지막 희망이 담긴 러닝 점프샷을 시도하지만, 로우 포스트를 지키고 있었던 코비에게 굴욕적인 스탠딩 블락을 당하며 경기는 그대로 종료된다.
박탈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장면. 월러스-스타더마이어-사보니스 (출처 : FANSIDED)
결정적인 3차전을 너무도 아쉽게 패하며 기세가 꺾여버린 블레이저스는 4차전에서는 각 21, 18득점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한 글렌 라이스와 론 하퍼의 레이커스에게 다시 무릎을 꿇으며 91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간 로즈 가든의 팬들 앞에서 연패를 당하고 만다.
시리즈 스코어 레이커스 3 : 1 블레이저스.
레이커스는 1승 추가 시 결승 진출, 블레이저스는 1패 추가 시 플레이오프 탈락을 앞둔 상황.
5차전 프리 게임 미팅. 스카티 피펜은 눈부시게 빛나는 불스의 챔피언십 반지 6개를 모두 착용하고 등장한다.
'그는 우승 반지로 내 눈을 멀게 했다.'
'He blinded me with those diamonds'
- 본지 웰스, 블리처 리포트 인터뷰 중 -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 반지뽕(?)을 맞은 블레이저스 선수 전원은 스테이플스 센터에 밀집한 2만 명의 레이커스 관중 앞에서 'DO-OR-DIE' 모드로 날뛰기 시작한다. 특히 피펜은 경기 도중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투지를 불사르며 공수 양면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43분간 코트를 누빈 피펜의 스탯은 22득점 (야투율 66%) 6리바운드 3어시스트 6스틸 4블락. 솔선수범하는 챔피언의 리드에 따르며 블레이저스는 레이커스의 이지 바스켓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5차전 레이커스의 팀 야투율은 38%. 블레이저스의 효율적인 디나이 디펜스와 더블팀 전략에 고전한 오닐과 코비는 총 11개의 턴오버를 합작하며 신식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최초로 2연패를 기록한다. 5차전 최종 스코어는 블레이저스 96 : 88 레이커스.
설명이 필요 없는 사진. (출처 : RIPCITYPROJECT)
다시 로즈 가든으로 무대를 옮겨간 시리즈 6차전. 블레이저스 팬들에게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홈경기. 소름 끼치는 광분과 열정의 도가니 속에서 빛을 발한 깜짝 스타는 고작 18분의 출전시간 동안 4쿼터에만 14득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20득점을 기록한 본지 웰스였다. 비록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소 잠잠했지만, 정규시즌 내내 블레이저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로스터의 깊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48분을 풀로 소화한 코비가 33득점으로 활약했지만, 스티브 스미스가 26득점으로 카운터 어택을 선사했다. 반면, 코비와 마찬가지로 48분을 소화한 오닐은 두 경기 연속 침묵하며 본인의 유일한 약점인 자유투 성공률만 더욱 부각하는데 그쳤다. 6차전 블레이저스 103 : 93 레이커스.
올해 1월 맷 반즈와 스티븐 잭슨이 진행하는 'ALL THE SMOKE' 방송에 출연했던 코비는, 당시 본지 웰스가 얼마나 터프한 매치업 상대였는지를 회상하며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내게 악몽과 같은 매치업 상대였다'
'He was a nightmare matchup for me'
- 코비 브라이언트, 'ALL THE SMOKE' 방송 중 -
본지 웰스 vs. 코비 브라이언트 매치업은 이 시리즈의 숨은 볼거리였다 (출처 : NBCSPORTS)
# 7차전. GAME 7. WIN OR GO HOME.
최종전. 3쿼터 5분 30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블레이저스 50 : 51 레이커스. 체력이 아닌, 오로지 정신력으로만 승부하는 전형적인 7차전의 저득점 경기 양상. 선수를 치고 나선 주인공은 스티브 스미스였다.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 클래식한 턴어라운드 점프샷 성공과 함께 연속 7득점, 경기를 57 : 51 스코어로 역전시킨다. 다음 차례는 라시드 월러스. 로우 포스트에서 간결한 턴어라운드 점프샷에 이어, 피펜의 점프샷 미스를 덩크로 마무리하며 리드를 10점 차로 벌린다. 탑에서 스미스의 3점이 다시 한번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며 리드는 13점 차. 사보니스에서 월러스로 이어진 이지 바스켓에 이어 피펜의 코너 3점까지 터지며 스코어는 단숨에 블레이저스 71: 55 레이커스.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채운 2만 명의 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3쿼터 막판에 터진 브라이언 쇼의 뽀록 뱅크샷이 들어가며 리드를 14점 차로 줄였지만, 기세는 온전히 블레이저스의 것이었다.
4쿼터. 필 잭슨은 침묵하는 팀의 분위기 반전을 노리며 노장 브라이언 쇼를 4쿼터에서도 계속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는 듯이 4쿼터 시작과 함께 코너 3점을 꽃아 넣지만, 리그 최고의 두 팀 간의 마지막 경기 승부처에서 35세의 롤 플레이어에게 영웅 같은 플레이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절망적이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 11분 전. 블레이저스 73 : 60 레이커스. 경기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한 블레이저스. 페이스 조절에 이은 정교한 하프코트 세트 오펜스는 99~00 블레이저스가 지금 이 무대에 오르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리그 전체 팀 야투율 1위에 빛났던 블레이저스의 오펜스는, 소름 끼치게 중요한 타이밍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7분간의 정체기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스미스의 풀업 점퍼 미스. 웰스의 러닝 훅샷에 대한 코비의 블락. 피펜의 피벗 페이크에 이은 인 유어 페이스 3점 미스. 월러스의 인 유어 페이스 엘보우 점프샷 미스. 월러스의 '세명 달고 쏘기' 점프샷 미스. 웰스의 인 유어 페이스 3점 미스. 피펜의 풀업 점퍼 미스. 볼 무브먼트라고는 눈을 씻고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쥐 잡듯이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던 7분간의 시간 동안, 블레이저스는 코트 위에서 림을 향해 던진 모든 야투를 실패하며 '0점'을 기록한다.
레전드 반열에 오른 블레이저스의 4쿼터 슈팅 차트 (출처 : NBA ON NBC 경기 영상 캡처)
경기 종료 4분 전. 블레이저스 75 : 72 레이커스. 오닐이 더블팀 디펜스에 반응하며 날린 킥아웃 패스를 쇼가 3점으로 연결한다. 순식간에 15-0 런을 완성시킨 레이커스. 이제 경기는 동점. 두 팀은 장군 멍군을 이어가며 득점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피지컬한 경기 양상 속에 다수의 개인 파울이 누적된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투 기회가 오고 간다. 오닐(!)과 코비가 각각 2구씩 돌아가며 성공한 반면, 월러스의 자유투 시도는 모두 림을 벗어난다. 역전에 성공한 레이커스.
경기 종료 1분 10초 전. 코비가 수려한 스터터 스텝에 이은 점프샷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레이커스 83 : 79 블레이저스. 블레이저스가 또다시 야투를 실패하며 레이커스 포제션. 남은 시간은 45초. 탑에서 침착하게 기회를 엿보던 코비는, 완벽한 라이트-투-레프트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피펜의 수비 균형을 무너트리고 돌파에 성공하며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NBA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리웁 패스를 올린다.
'BRYANT....TO SHAQ!' (출처 : LAKERS.COM)
포효하는 샤킬 오닐 (출처 : AP)
[2000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스코어]
1차전 블레이저스 94 : 109 레이커스
2차전 블레이저스 106 : 77 레이커스
3차전 블레이저스 91 : 93 레이커스
4차전 블레이저스 91 : 103 레이커스
5차전 블레이저스 96 : 88 레이커스
6차전 블레이저스 103 : 93 레이커스
7차전 블레이저스 84 : 89 레이커스
2020년 6월 4일. 블리처 리포트 애널리스트 하워드 벡 인터뷰. 커리어 통산 7차례 우승 경력을 보유한 로버트 호리는, 프로 커리어에서 상대했던 가장 강력했던 팀으로 99~00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꼽는다.
2020 NBA 올스타 브레이크. 시카고에서 재회한 라시드 월러스와 스카티 피펜은 ESPN에 공동 출연하여 함께 뛰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We have no regrets'. 애써 태연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들의 눈빛은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SPN에 출연해 2000 레이커스 시리즈를 회상하는 월러스와 피펜 (출처 : ESPN 유튜브 캡처)
심판 편파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시리즈였지만, 이 논란이 결코 7분간의 무득점 기록을 완전히 대변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데이먼 스타더마이어가 오늘날까지 7차전 하이라이트를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팀의 포인트 가드로서 세트 플레이를 4쿼터 내내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 때문일 것이다.
1970 레이커스, 1987 피스톤즈, 2002 킹즈, 2013 스퍼스와 더불어 역대 최고의 준우승 팀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2000 블레이저스.
7차전이 막을 내린 지 벌써 20년이 지난 지금, 블레이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도 데이안 릴라드를 중심으로 로스터를 보강하면서 43년 만의 우승을 통해 '블레이저매니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7차전이 막을 내린 지 벌써 20년이 지난 지금, 레이커스는 2000년 NBA 우승과 더불어 2020년까지 다섯 개의 챔피언십 트로피를 추가하며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NBA 최다 우승팀으로 기록되어 있다.
7분간의 침묵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서로 뒤바뀐 두 팀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7차전 종료 후 코비와 피펜 (출처 :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