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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y Do Nov 29. 2021

4.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 리처드 에스테스 전시

런던 일정 시작, 그리고 방문한 첫 전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이제 앞으로 몇 주간 나의 집이 되어줄 플랏(flat)이 있는 노팅힐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다.
 
 도착하자마자 승민 큐레이터님이 미리 준비해주신 웰컴 디너와 함께 따스하게 맞아주었고 그제야 오랜만에 런던에 다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저녁을 먹고 노팅힐 동네를 둘러볼 겸 산책을 나와 펍을 찾았고, 맥주를 한잔하고 돌아와 잠을 청했다. 비행기에서 시차를 맞추기 위하여 일부러 잠을 최대한 자지 않았던 터라 시차 적응이 어렵진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12월 초에 있을 K-beauty와 K-pop을 홍보하는 팝업 스토어 이벤트의 디자인을 위하여 우드샵(목재료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과 마블샵(대리석을 판매 및 제작하는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런던의 살짝 외곽에 위치한 곳이라 아침 일찍부터 이동하여 함께 작업하는 건축소장님을 만나 소장님의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이 팝업 스토어의 디자인과 준비 과정에 대해서도 후에 한 편의 글로 적어보려 한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우리 팀은 복스홀(Vauxhall)에 위치한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Newport Street Gallery)로 향했다. 이 갤러리에 방문하는 것이 처음부터 계획되어있던 일정은 아니었으나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정 중 비는 시간이 있으면 주변에 갈 수 있는 전시나 갤러리들을 먼저 찾아보게 된다.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The Newport Street Gallery)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 컬렉션을 대중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갤러리다. 데미안 허스트는 2012년 3월에 이 갤러리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고, 2015년 10월 개관하였다. 이곳에는 전시 공간과 함께 허스트의 사무실과 그의 1992년도 작업 ‘Pharmacy’에서 테마를 따와 만들어진 레스토랑 겸 바 ‘Pharmacy 2’와 갤러리 샵이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특정 전시 공간만 오픈되어있는 상태로 레스토랑은 이용할 수 없다.
 

Pharmacy 2의 내부 모습


 이 갤러리는 건축 형태 또한 눈여겨 볼만한 곳인데, 1913년부터 런던의 연극 무대 장치들을 만들어오던 소품 워크숍과 풍경화 스튜디오 3동과 가깝게 연결된 2동의 건물이 건축가 카루소 세인트 존(Caruso St John)에 의해 재설계되어 탄생한 갤러리이기 때문이다. 3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걸쳐 완공된 후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2016년 10월 RIBA 스털링 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곳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의 소장품, 그가 큐레이팅한 전시, 그의 작업 전시도 열리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기획 전시들이 열린다.


https://www.newportstreetgallery.com


 현재는 미국의 극사실주의 화가 리처드 에스테스(Richard Estes)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2021년 11월 13일 기준). 전시장에 들어선 모든 사람이 ‘우와 얼핏 보곤 사진전인 줄 알았어.’라고 감탄할 정도로 극사실주의로 표현된 회화 작업이 전시되어있었다.
 
 분주한 도심 속 풍경과 광활한 자연의 풍경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은 멀리서 캔버스 전체를 바라보다 점점 가까이 그가 표현해낸 디테일들을 들어다 보기 위하여 작품 가까이 이동하게 된다.
 


 캔버스 한편에 살짝 걸쳐진 건물과 유람선의 유리와 메탈 창들에 반사된 맞은편 풍경들, 커다란 건물의 유리나 쇼윈도 안쪽의 물건들과 그 위로 반사되어 보이는 모든 도심 속 요소들의 중첩을 표현한 그의 표현 능력에 계속하여 감탄하였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림 속 장면을 바라본 시점이 어디인지 궁금해지게 되는데, 어떠한 카메라로도 한 번에 담아낼 수 없는 구도라는 것을 깨닫는다.
 
  리처드 에스테스는 하나의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직접 직은 다양한 시점의 사진을 이용한다고 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들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편집하고 새롭게 재구성하여 한 폭에 캔버스에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우리가 카메라로 담았을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사진보다 더 작가 개인의 시각이 다면적으로 담긴 한 폭의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천천히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전시장을 둘러본 우리는 한참 동안 이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시간대의 색감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냥 밝고 맑은 날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온도가 낮은 푸르른 계열의 빛이 드는 시간대. 도심 속 장면을 표현해낸 작품에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그 컬러들을 통해 한 겹 그 각 개인의 감정은 덮이고 감정이 배제된 광경의 모습만 전달되는 듯도 하였다.
 


 오랜만에 들린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보낸 시간은 이번 런던에서 보게 된 첫 전시로 적당하고 좋았다. 전시의 제목 또한 ‘Voyage’였는데 앞으로 한 달간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들을 위해 보내게 될 나의 행해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순간의 하늘과 빛의 톤이 때맞추어 작품 속에서 보았던 빛깔과 닮아 보여 찍어둔 우리 팀원들의 뒷모습이 담긴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 주변 사진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 본다.




문화예술기획자

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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