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런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나눠본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들을 연유로 런던을 찾게 되었지만, 현지에서 설치를 위하여 마무리 진행이 되어야 할 건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런던 중심부 소호에서의 ‘케이 뷰티 & 케이 팝(K-Beauty & K-Pop)’ 팝업 스토어.
지난 <TOUCH> 전시에서 론칭을 알렸던 우리의 아트 젤 네일 스티커 브랜드 ‘SSKETCH(스케치)’를 알리고자 팝업에 참여함과 동시에, 슬리퍼스써밋의 역할로 제로링궐 건축 스튜디오와 함께 팝업 스토어 공간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케이 뷰티 & 케이 팝 스토어’라는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본 행사는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의 뷰티와 팝 산업의 다양한 굿즈들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런던의 중심부에 오픈함으로, 다시 한번 한국 문화를 알리고 현지에서 케이뷰티와 케이팝 관련 무역과 판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의 홍보와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KOTRA(코트라) 런던 무역관의 주최로 런던 소호에서 2021년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운영된 행사로 한국 화장품 유통 및 판매 업체들과 케이팝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업체 그리고 아티스트와 창의적 문화 전문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담은 아트 젤 네일 브랜드인 우리, SSKETCH(스케치)가 참가하였다.
행사 전 후로 설치 및 철거를 함께하고 행사 기간 내내 참여를 하며, 현장에서 해외에서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를 직접적으로 체감할수록 그 영향력과 확산 정도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전까지는 해외를 오가면서 글이나 건너 건너 듣게 되는 이야기들로 ‘K-컬처가 점차 성장하고 있구나.’를 막연히 느껴왔다면, 이번엔 그에 대한 반응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더욱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19 이전, 내가 마지막으로 런던에 방문했을 때에 비하여 급격히 늘어난 한식당의 숫자와 런던의 중심가 차링 크로스(Charing Cross)부터 토트넘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로 이어지는 대로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분식점, 치킨집, 한국 식품 판매점 등이 들어서 있기도 했다.
행사에 방문한 방문객들은 미리 행사와 참여 업체들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일부러 자신들의 일정을 맞추어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고, 지나다 ‘여기 K-뷰티, K-팝 관련한 행사래! 들어가 볼까?’ 라며 발길을 멈춘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3일간의 팝업 스토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토요일에는 1시간 단위로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방문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상점 형태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 공간의 디자인과 설계를 맡아 진행하였고, 그 준비의 시작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런던을 기반으로 예술과 각종 미디어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건축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제로링궐 스튜디오(Ø-Lingual studio)와 우리, 슬리퍼스써밋(SLEEPERS SUMMIT)은, 김승민 큐레이터, 박태원 건축 소장, 임성엽 건축가, 레오나(Leona Chulani) 디자이너, 유재희 영상 제작자 그리고 나를 포함한 6인으로 구성된 팀을 꾸렸다.
지난 9월 초 행사의 진행 여부가 확정되었고 그 후 3개월간 장소를 확정하고, 스토어의 컨셉과 분위기에 관한 미팅을 여러 차례 진행하여 결정하였다. 그 과정 중에 다양한 시안과 컨셉 아이디어가 나왔고 구체적인 의견 조율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결과, 방문객들이 시각적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목재료와 대리석을 활용한 자연적이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인 만큼 포근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 방향성을 잡았다. 특히 팝업 스토어 철거 후, 폐기물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모든 재료들의 재사용 및 재활용 아이디어를 고려하였으며 그에 적합한 현지의 목재료, 대리석, 벽돌 등 원재료를 내부적으로 논의 후 두 건축가가 직접 공수하였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전면 파사드와 세부 장식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도 오랜 시간 지속되었는데, 내부 구성을 많이 가리지 않는 선의 리본과 스노우폴 조명을 활용한 스트리머와 리본을 포인트 장식으로 활용한 크리스마스트리들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글을 작성하다 보니 정말 내부 디자인 구성 중 대부분에 우리의 손길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모든 제작과 설치 과정을 웃으며 재밌게 해 나갈 수 있었던 기장 큰 이유인 팀원들과의 그들과의 기분 좋은 팀워크에 감사했다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이 팝업 스토어의 준비를 위하여 내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팀과 가장 먼저 현지에서 함께하게 된 일정은 두 건축가가 리서치 및 컨택을 해둔 목재 판매 목공소와 대리석 공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높은 퀄리티의 다양한 원재료들을 직접 함께 확인하며 어떻게 팝업 공간에 놓일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다 보니, 그 완성된 모습이 점차로 더 기대되었다. 예쁜 결을 가진 나무판들을 보면서는 양평의 이음 창작소에도 이런 따스한 자연이 느껴지는 가구들이 함께 하였으면 하는 마음도 피어오르기도 했다.
팝업의 설치 직전까지 승민 큐레이터님과 나는 오고 가며 스치는 모든 리테일 샵들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계속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여러 플라워샵 들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리본 스트리머와 트리 장식의 형태가 어떻게 제작되어야 할지 고민했다. 여러 가지 예시들도 찾아 고민해보고 테스트 겸 모두 모여 한쪽을 제작해보면서 최종 형태를 결정하였다. 그 후, 하루는 날을 잡고 모두가 다시 모여 옹기종기 앉아 리본을 자르고 묶으며 장식을 완성하였다. 조금 성가신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하나하나 함께 완성해 나가는 순간들이 재미있었고 꼼지락꼼지락 손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 때 느껴지는 몰입감도 좋았다.
완성된 공간의 모습은 이러하다. 이전의 차갑고 시크하기만 했던 편집숍 공간이 따스한 분위기의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설치 전 진행 중간쯤 건축가분들이 팝업스토어의 공간 디자인 목업 이미지를 제작해주었는데, ‘이렇게 구현되면 너무 예쁘겠다’며 모두를 설레게 했다. 정말이지 그 목업 이미지들과 흡사하게 실제 공간이 완성되어 굉장히 뿌듯했다.
그렇게 우리 팀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공간에서 팝업 이벤트는 무사히 오픈과 마무리되었고, 역시 베테랑들답게 철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완료. (이렇게 이야기하니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팀 칭찬인 듯하여 민망하기도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프로젝트의 여정이니만큼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양해를 구해본다:))
철거 이후, 김승민 큐레이터님, 박태원 건축가님, 임성엽 건축가님을 중심으로 주변 건축가분들이 우리가 사용하였던 재료들을 재활용하여 각자의 집에 가구들을 설치해둔 사진을 하나 둘 확인할 수 있었다.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행사를 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해내는 이 멋진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매니징 할 수 있어 특히 좋았던 프로젝트였다:)
문화예술 기획자 도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