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6)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를 구실로 연재하는 여섯 번째 글이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6. 인지치료 / 합리적 정서행동 상담 '자동적 사고 탐색'
일상적 경험 속에서 자동적 사고를 찾아보시오.
불안을 유발한 자동적 사고
배우자의 취미는 요가와 클라이밍입니다. 특히, 클라이밍은 최근에 입문하여서 더 열심히 다닙니다. 세부 종목으로 지금까지는 지구력에 집중하다가 볼더링에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현재 등록해서 다니는 곳은 규모가 작고 지구력 문제 위주입니다. 따라서 볼더링 문제에 특화한 큰 규모의 암장 몇 곳을 일일권으로 체험하기로 했습니다. 배우자는 제가 동행하여 취미활동을 공유하길 바라고 저도 운동의 필요와 효과를 느끼기에 휴일에 함께 가곤 합니다.
[사건] 첫 볼더링 암장에 도착했습니다. 볼더링은 지구력에 비해서 홀드 간격이 넓고 목표 도달 지점이 높아서 역동적인 동작(다이노)과 힘을 요하는데, 암벽을 마주하니 더 중요한 준비물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용기(담력)입니다. 탈의실에서 채비 중인 배우자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하염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사고] "이곳엔 내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어. 왜 나를 이런 낯선 곳에 끌고 와선 혼자 두고 꾸물대지? 괜한 돈과 시간을 낭비했어. 저 고인 물들 앞에서 웃음거리나 되겠군." 식의 자동적 사고가 일어났으며, 이런 생각은
[불안]한 감정을 유발합니다.
화를 유발한 자동적 사고
불안보다 훨씬 자주 찾아오는 감정은 화입니다. 저는 지배성이 높은 성격이라서 통제감(조작감)을 잃을 때마다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는데, 여러 감정 중에서도 화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등의 상황은 보편적으로 화가 날 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고유한 사건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문득 화가 나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포착하였습니다.
[사건] ○○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 듣다 보니 과거에 이미 여러 번 했던 말들입니다. 조금 이야기하다 말겠지 생각하며 과거와 같은 말로 대꾸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리셋된 것처럼 자각 없이 계속 말합니다.
[사고] "참 실속 없는 사람이다. 어차피 다 잊어버릴 텐데, 지금 하는 말이 무상하고 시간이 아깝다. 말하기만 좋아하고 경청하지 않는 태도가 오만하다." 식의 자동적 사고가 일어나며, 이런 생각은
[화]를 유발합니다.
비합리적 신념
이런 자동적 사고들을 생산하는 생각공장을 신념이라고 한다면, 이런 사례들을 탐색함으로써 역기능적인 핵심신념 또는 중간신념에 닿을 수 있겠습니다. 불안을 유발한 자동적 사고에서는 나와 타인에 대한 당위가 읽힙니다.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을 과장하고 나는 마땅히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탁월한 수행을 증명해야만 한다는 타당하지 않은 신념입니다. 화를 유발한 자동적 사고에서도 논리적이지 않은 당위가 드러납니다. 상대방의 새로운 이야기는 무시하고 일부분인 했던 이야기의 비중을 확대 해석합니다. 그럼으로써 대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나에 대한 태도까지 단정합니다. 과연 사고가 감정에 선행하는가 의문도 남지만, 이번 작업은 합리적 신념을 통찰하는 분명히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