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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낌새 Nov 09. 2023

실존주의 상담 - 선택으로 창조하는 삶

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7)

<Microsoft Bing Image Creator(AI)로 생성한 이미지>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를 구실로 연재하는 일곱 번째 글이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7. 실존치료 / 실존주의 상담 '선택으로 창조하는 삶'

이전까지의 패턴과 다른 능동적인 선택으로 자신을 형성한 경험



  

 대학교에서 어려운 1년을 보내고 1년간 휴학했습니다.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우울과 불안 증상은 뚜렷했습니다. 지금도 뚝딱이를 자처하는데, 당시엔 정도가 심각해서 발표는커녕 집 밖에 나가는 일이나 출석에 대답하는 일상조차 힘들었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내향적인 기질과 예민한 감각에서 비롯한 성격특성이 양육과 사회문화적 환경을 통해서 강화되다가 촉발 사건을 만나면서 신경증적 문제로 발현하였다고 이해합니다. 저는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내어주고 소극적으로 관망하다가, 불편해지면 회피하는 피곤한 패턴을 가졌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를 인식하거나 개선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당시엔 더욱 뚜렷한 경향이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문제가 정신증적이진 않았습니다. 바뀌어야겠다고 자각하고 구체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친구들이 지내는 기숙사의 규칙이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금시간도 있고 외박은 허가제였으며, 층장이니 자치회장이니 하는 임원들이 군대식 점호까지 일삼는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이런 문제들을 안주 삼아서 떠들고 세상을 비관하기에 몰두했을 테지만,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의논하여 자료집을 제작하고 학교 신문사에 기고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인권사회학 과제로 발표하여 좋은 성적도 받았습니다. 기숙사에서 확장한 청년 주거 문제, 나아가 청년 정책으로까지 영역을 넓혀서 지금까지 관련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의지와 선택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약점이었던 예민한 감각을 감수성으로 승화하여, 불평하고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향성을 획득했습니다. 실존주의 상담이 지향하는 변화가 이런 게 아닐는지 어렴풋이 짐작해 봅니다.


 이전 과제에서 다룬 이론들은 저마다 다른 원리에 입각하지만, 인간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전제를 공유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개인의 의지를 과소평가한다는 낌새를 풍깁니다. 실존주의와 인간중심 상담은 인간을 능동적인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정신분석, 인지행동 등과 차별화합니다. 자격증 공부에서 접한 실존주의 상담에서는 어빈 얄롬(Irvin Yalom)을 대표적인 학자로 다룹니다. 얄롬은 죽음, 소외, 무의미, 자유 등 실존적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실존주의 상담의 특징이라고 말하는데, 어네스토 스피넬리(Ernesto Spinelli)는 주제가 아닌 방법론이 실존주의적이어야 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래서인지 실존치료를 쓴 믹 쿠퍼(Mick Cooper)는 실존주의 상담을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고 다양한 치료적 실제의 스펙트럼을 가진 접근”이라고 설명하여, 학자들 간에도 충분히 합의되지 않고 모호하다는 특징만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주제로서든 방법으로서든, 죽음과 비존재라는 극복할 수 없는 말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이런 접근은 특별합니다. 특히, 저와 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죽음을 애써 무시하며 지내 버릇하는데,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상담은 아니지만 실존주의 사상을 공유하는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 신화를 군대에서 읽었습니다. 다시 굴러 떨어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시지프를 승리자라고 말하는 대목은 삶에 대한 고민을 확장하였습니다. 존재의 유한함이라는 주어진 조건의 출처가 빅뱅이든 지적 설계자 또는 무의미한 우연이든 간에, 이것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불안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실존하는 우리에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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