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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heleth Jun 11. 2022

성령의 감동감화로 바바리맨의 바지를 벗기다

당신의 신념과 사명은 정말 하나님이 주신 것인가

이기호(2004), <최순덕 성령충만기>, 문학과지성사


아담의 와이셔츠를 벗긴 순덕은 다시 아담의 다리 밑에 무릎 꿇고 앉아 허리띠를 풀어 헤치는지라 / 순덕은 자신을 세상에 내보내준 하나님의 의미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더라 (최순덕 성령충만기 10:34-35)




구원의 확신이 당연한 성도의 조건처럼 회자되는 오늘날의 교회에서, 나는 늘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하나님인가"를 고민하며 살아왔다. 혹시 어떤 정치적 신념을 복음으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성경에 대한 나의 묵상이 어쩌면 하나님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나의 해석은 아닐런지. 나는 내가 그런 것을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 두렵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현실의 삶을 도외시하고 맹목적 신앙에 경도되어 살다가, 마침내 바바리맨을 교화시키겠다는 기괴한 일을 사명으로 믿고 추종하게 된 주인공을 그린다. 개역성경의 고어체로 장절까지 나누어 쓰인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의 신념과 사명은 정말 하나님이 주신 것인가?"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그 망측한 과정을 당당하게 간증한다. 그러나 성도들은 어느 누구도 그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큰 성령의 감화 감동"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당신에게는 그러지 않을 분별력이 있는가. 성령으로 충만한 것과 내 생각이 팽배한 것 사이의 차이를, 당신은 구분할 수 있는가.




읽고 나서 불편한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불편은 익숙함을 벗어나 있을 때 나타난다. 세상을 보는 시야는 그처럼 익숙함을 벗어날 때 넓어진다. 그런 점에서 모든 크리스천에게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권한다. 무척 불편한, 매우 좋은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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