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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결 Jun 01. 2023

평균 상실의 시대, 디자인에도 영향을 줄까?

디자인에도 평균이 있다면


평균이 사라진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평균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평균이란 여러 수나 같은 종류의 중간 값으로, 우리에게 살아오는 기준이 되고는 하는데요.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평균적인 삶의 틀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만 따라 한다면 실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안정감.


요즘은 무난하다, 평범하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나만의 브랜드가 있고 취향이 있는데 그게 평범하다고? 자존심 상하죠. 더 이상 사람들은 평균적인 삶을 꿈꾸지 않습니다. 배를 쫄쫄 굶는 한이 있어도 내가 갖고 싶은 명품을 사고, 임원이 아닌 사원으로 일하며 종잣돈을 모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럼 디자인에도 평균이 사라질까?








디자인의 평균값

우리의 삶 속에는 많은 디자인의 평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은 '소주'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초록의 유리병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과일소주가 유행했던 시기 었기 때문에 라벨에 과일 그림이 있고, 병뚜껑 색이 달랐다는 것 정도? 하지만 병은 여전히 녹색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소주의 이미지 평균은 초록색이었던거죠.

파란색 진로와 초록색의 기존 소주들


처음 진로를 봤을 때 첫인상은 '파란색이네?'였습니다. 출시하자마자 히트를 친 새로, 원소주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프리미엄 소주들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녹색의 병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이형병이라고 하죠. 개인화 서비스와 카테고리의 세분화로 생긴 양극화는 사람들의 기준치를 높였으며 맛과 효능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변화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UX는 User Experience로 사용자의 경험이며, 우리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제품을 설계합니다. 버튼의 위치, 아이콘의 형태, 사용하는 컬러는 이러한 틀에서 제작이 될 테고 UX도 평균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이전에 작성한 글에서 이런 내용으로 생각을 정리해 두었으니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앱 디자인이 다 비슷하다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직업

평균을 사용한다는 건 타깃에게 익숙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겠죠. 1%만 사용하는 기능보다는 99%가 사용하는 기능을 제공하고자 할텐데요. 그렇다면 1%의 사용자는 그대로 두고 가야 하는 걸까요?


최근「제이알: 크로니클스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여기서 특히 공감되는 구절이 있었어요. '예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저는 디자이너가 미를 창조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란 소외되는 사람 없이 누구라도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직업입니다. 비록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끔요.


그래서 평균을 벗어나는 경우 그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햄버거 버튼으로 불리는 메뉴탭은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UI가 되었고, 버튼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앱을 켜면 자연스럽게 오른쪽 상단을 보며 버튼을 찾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많은 서비스가 세분화되면서 포함하는 메뉴가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예스24 도서/카카오 T/왓챠피디아


여러 개의 앱을 번갈아가며 경험하는 사용자에게 사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이고 빠르게 정보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에 복잡했던 단계는 축소되며 햄버거 안에 숨어있던 메뉴는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메인 혹은 하단바에 영역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변화합니다. 햄버거 버튼은 더 이상 사용성이 높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용되는 앱이 있으며, 반대로 모든 메뉴를 다 밀어버리고 사용성을 극대화하는 앱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보며 같은 기능이라도 사용자와 서비스의 목적에 따라 구현되는 방향성이 다르며, 평균이 상실되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조금 더 세분화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여전히 평균이 존재하지만 값을 얻는 영역은 더 좁아질 것이며, 각각 다른 데이터의 평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결과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작은 호기심으로부터

'평균상실'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궁금해져서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이 글까지 적게 되었네요. 성장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제 모습이 꽤 마음에 드는 6월의 첫 시작입니다. 아무쪼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생각정리에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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