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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cy Jul 12. 2022

오늘도 상처받는 나에게

EPISODE 1. 이게 수업시간이에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보통 시험 범위까지의 진도는 여유 있게 시험 전 수업 한 시간 정도는 남겨두고 다 나가도록 한다. 시험 범위까지 다 학습한 후 시험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을 수업하고자 하면 아이들은 질색을 하며 자율학습 시간을 요구한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시험 전 수업시간이 좀 남았고, 자율학습을 했다.


 학급마다 분위기는 다른데, 그 시간은 조금 부산스러운 학급이었다. 모르는 것을 친구에게 질문하는 아이들, 퀴즈처럼 서로 문제를 내가며 즐겁게 공부하는 아이들, 조용히 홀로 학습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며 그 와중에 장난치며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독서실처럼 완전 정숙의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장난치는 아이들은 중간중간 지도하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공부하는 아이들은 그냥 두기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아주 큰 소리로 소리를 쳤다.


- 아이 씨, 조용히 좀 하라고!!!!!!!!!!!


 순간 교실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나를 포함한 그 공간에 있던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 그 누군가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 아이를 불러내었다. 내가 왜 그렇게 갑자기 공격적으로 소리를 질렀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앞으로 나오자마자 그 아이는

- 뭐가 어때서요? 시끄러워서 조용히 하라고 한 건데요.

라고 쏘아댔다. 

- 갑자기 수업시간에 그렇게 소리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아이는,


-이게 수업시간이에요? 어차피 애들이 선생님 말도 안 듣고 너무 시끄러운데.

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나의 존재와 나의 수업시간의 의미를 부정하는 듯한 아이.


 나는 그 아이에게 본인이 공부하기에 시끄러운 환경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윽박지르듯이 소리치는 것은 옳은 행동은 아니라는 것, 소리치기 전에 선생님에게 좀 더 조용한 학습 분위기를 원한다고 요청하고 방안을 찾을 수도 있었다는 것, 또한 25명이 앉아 있는 이 공간에서 자신이 만족스러울 만큼의 분위기는 나오지 않을 수 있으나 각자 원하는 정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서로 절충하고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를 얘기해주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결국 끝까지 자신의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반 친구들이 시끄러워서 조용히 시키려던 것뿐이라고 했다. 대화의 끝에 내가 너를 불러낸 것은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인지 우선 이유를 듣고 차분히 대화하기 위함이었지, 무조건 야단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일러주었으며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뾰족하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친구들에게든, 교사에게든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해주었다. 귀담아듣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늘 그렇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이든 아니든 자신이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 즉시 표현하고자 한다. 게다가 표현하는 방식은 다들 자유분방하다. 그러한 표현에 나는 때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게 수업이에요?’라는 말이 여러 날동안 내 마음속에 머무르며 나를 찔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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