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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10. 2024

엄마의 꿈

꿈꾸는 삶은 아름답다

엄마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자주 연락하며 일상을 나누지만 오늘은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나왔다. 가을 바다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반짝거렸다.


"엄마는 꿈이 뭐였어요?"

"꿈?"

엄마는 조용히 창밖을 본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가 말을 꺼낸다.

"엄마의 꿈은 어릴 적에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였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처럼 열심히 일해서 동생들 학비와 가정형편에 보탬이 되어야 했어."

"어린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그때는 빨리 집을 떠나고 싶었어.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결혼이었지."

그렇게 엄마는 아빠와 중매를 해서 만났고, 첫눈에 반해 결혼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혼생활은 좀 나았어?"

"말도 마.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빠네도 가난했기에 맞벌이를 해야만 했어. 닥치는 대로 식당일도 하고, 공장에도 다니고, 청소일도 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라."


"왜요?"

"자식이 넷이나 되니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었지. 겨우 모은 돈은 네 치료비로 모두 써버렸고......"

맞다. 살림이 나아져 태백에서 강릉으로 이사를 왔지만, 갑작스러운 내 사고로 인해 모았던 돈을 다 썼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의 삶은 고됨의 연속이었다.


"내가 너무 미안해지네."

"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엄마 탓이지. 너는 아무 잘못 없어."

"뭐야 그렇게 말하니깐 감동이잖아요."


"엄마의 삶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서글프면서도 감사해."

"서글프면서도 감사하다. 무슨 의미예요?"

"많은 일을 하면서 고생스러웠지만, 가족이라는 선물을 받았잖아. 외할머니는 엄마만 낳아서 외로웠어."

"맞다. 외할아버지는 아들을 원해서 다른 아내를 데려오셨다고 했."


"엄마는 아들 둘, 딸 둘을 낳았으니 얼마나 완벽하니? 너희가 있었기에 힘든 순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었어. 고맙다."

힘들었을 엄마를 힘껏 안아줬다. 엄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휴대폰을 열어 사진첩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가족들의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엄마는 우리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 그 시절로 한참 동안 여행을 떠났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살 수 없는 가족이 생겨 행복했다는 엄마.

당신의 웃는 모습을 두 눈에 담고 또 담아봅니다.


"엄마의 진짜 꿈은 가족이었네."

"맞아. 엄마 인생도 이만하면 잘 살았지."

"나도 팔십이 되어서 겨울이에게 '이만하면 잘 살았지' 하고 얘기해 줘야겠다."

엄마는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며 아프지만 말라고 했다.


꿈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이루며 내 인생을 가꿔나가는 것이 진짜 삶이 아닐까. 그러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만하면 잘 살았지.'하고 엄마처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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