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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07. 2024

늙어간다는 것은

몇 달 전부터 안경을 써도 글자들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안과에 한번 들려야지 했지만, 매번 다른 일정으로 뒤로 미뤄지기 일수였다.  때마침 아이안과에서 정기검사로 내원을 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최겨울 님의 정기검사 예정일입니다. 가능하신 날 내원 부탁드립니다. - 안과 -


"선생님,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작업할 때만 안경을 썼는데 이제는 휴대폰을 보거나 설명서를 볼 때에도 안경을 찾고 있습니다."

검안사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1년 전만 해도 1.0이던 시력이 0.7로 떨어졌다. 라식수술한 눈이라서 멀리 있는 것은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갑자기 가까이 있는 것들을 보기 힘들어졌다.


"정미숙님 시력이 많이 떨어지셨네요. 노안이 시작되셨습니다. 이제는 책을 읽을 때 쓰는 것, 노트북 할 때 쓰는 것, 운전할 때 쓰는 안경을 맞추셔야 합니다."

어떻게 안경을 3개나 쓰라는 말인가. 어쨌든 시력검사를 하고 검안사가 적어준 종이를 들고 안경점을 방문했다.


검안사는 시력을 적어온 종이를 보며 다시 검사를 했다. 내 눈의 상태에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미숙님 노안이 시작되어서 다초점 안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경 쓰는 것이 싫어서 라식수술을 했는데 안경을 쓰라고요?"

"안 쓰시면 많이 불편하지 않으세요?"

많이 불편하다. 제품 설명서가 너무 작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확대를 해서 본다. 바늘에 실을 끼울 때에도 도구를 이용한다. 휴대폰을 볼 때도 점점 멀어져야 보인다. 운전할 때 시야가 또렷하지 않아 항상 긴장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안경 맞춰주세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빨리 암판정을 받았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빨리 새치염색을 했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빨리 노안이 왔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익어간다는 말이 있다. 내면은 익어가지만, 외면은 늙어간다.

건강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흘러가는 세월 속에는 어쩔 수 없음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


안경점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또 어 것들이 제 기능을 다할까.


휴대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요즘 몸은 어떠세요?"

"똑같지 뭐. 근데 이제 관절이 다 되었나 봐."

엄마의 관절 이야기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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