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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통 Jan 11. 2024

간사이국제공항에서 교토 역으로

일본 여행기

한국에서 가까운 나라 중 하나. 일본.


비행기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딱히 별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가족들, 친구들이 저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좋았더라 감상을 들려줘도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한국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한편에 있어서 그랬을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먼 거리의 이국적인 나라가 우선순위였고 가까운 일본은 후순위였다. 매년 12월에서 1월쯤, 한국이 제일 추울 때 나는 제일 더운 나라로 도피하는 게 좋았다. 태국 치앙마이의 내리쬐는 태양 아래 한 달 살이를 하다가 한국의 추위가 한풀 꺾였을 때 서울로 돌아오곤 했다.


의례처럼 매년 겨울 떠나던 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고 해외여행에 대한 갈망도 풀이 죽었을 때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각종 일본 여행 콘텐츠들을 보더니 "언니, 우리 일본 갈래?" 여행 메이트인 동생이 물었고... "응, 아니"로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서울에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3개 도시별로 비행기 티켓값과 소요시간, 여행 포인트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 며칠 다녀올 수 있는가? 예산은 얼마 가능한가? 크게 3가지 기준으로 자문자답한 뒤에 교토, 오사카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교토는 일본을 자주 다녀오는 지인들에게 매번 추천을 받은 도시이고, 오래전부터 일본 여행을 상상할 때마다 떠올리던 곳이었다. 오사카는 교토 인근이라서 하루 안에 이동할 수 있고, 교토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두 곳을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처음 가는 일본 여행에 아쉬움을 남기지도, 지루하지도 않을 기간. 5박 6일 떠나기로 결정한 뒤 네이버 항공권, 스카이스캐너, 제주항공, 진에어 사이트에서 며칠간 항공권을 검색해 보고 최저가를 찾아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엔저 현상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가는 상황이라 항공권이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겠냐 싶어 질러버렸다.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결제하고, 캐리어 짐을 싸면서도 사실 여행 간다는 실감이 안 났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간사이국제공항에 내리고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일본어 소리에 그제야 내가 여행을 왔구나,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다.


5박 6일 일본 여행 일정


day 1. 1/2(화) 인천국제공항 > 간사이국제공항 > 교토 역

day 2. 1/3(수) 교토 여행

day 3. 1/4(목) 교토 여행 > 저녁에 오사카로 이동

day 4. 1/5(금) 오사카 여행

day 5. 1/6(토) 오사카 여행

day 6. 1/7(일) 오사카 > 간사이국제공항 > 인천국제공항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일본의 교통편이다. 기차, 지하철이 민영화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 노선 별로 환승이 불가능하고, A 노선에서 B 노선으로 이동하는 길도 복잡한 편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언제부터 민영화로 운영되었던 걸까?


일본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은 본래 일본 정부 직영 공기업 JNR에서 운영되었는데 적자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민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이용객 수가 낮은 지방의 선로를 폐쇄했고, 전체 직원 중 25%를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30엔이던 기본 교통 요금은 10년이 지나기도 전에 140엔으로 인상되었고, 1980년대에 일본국유철도청산사업단을 설립해서 본격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다.


일본 여행하며 눈에 크게 띈 모습 중 하나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인데 철도민영화로 인해 생긴 문화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오사카에서 자전거 탄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출퇴근 길, 잠깐의 외출에도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우산을 쓴 채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와 관련된 충격 중 하나는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자전거들이 길가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던 모습이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자전거를 그냥 막 세워놔..." 다른 건 안 훔쳐가도 자전거는 자물쇠를 끊어서라도 훔쳐가는 한국에서 온 사람으로선 무지 신기한 모습이었다. 다음에 다시 일본 여행을 간다면 현지에서 사귄 일본인들에게 자전거 문화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졌다.


일본은 철도민영화로 교통편이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의 편리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여행객을 대상으로 주요 도시 간 이동 편과 도시 내 대중교통 이용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티켓이 있었다. 급행열차, 전 노선 원데이패스 등 철도 운영사별로 판매하는 교통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자신의 목적지에 맞춰서 교통 티켓을 미리 구매하면 현지에서 대처하는 것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여행 첫날 간사이국제공항에서 교토로 이동해야 했다. 복잡하지 않게, 빠르게, 쾌적하게 이동하는 걸 목표로 JR 기업에서 운영하는 하루카특급열차를 탔다. 친숙한 캐릭터인 키티로 디자인된 하루카특급열차. 진짜 귀여웠다. 저 귀여운 기차를 탈 수 있다니. 블로그로 검색해서 봤을 때부터 기대했는데 실제로 만난 하루카 키티, 너무 귀여워서 하루카랑 사진도 찍었다.


여행 메이트이자 나의 친동생 J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서 하루카특급열차 티켓을 구매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티켓을 미리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여러 사이트에서 하루카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나는 클룩에서 구매했다. 간사이에서 교토로 가는 이동편 뿐만 아니라 다른 교통편들도 클룩에서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클룩을 이용했다.


https://www.klook.com/ko/

조금 더 빨리 구매했더라면 환율이 낮을 때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하루카특급열차를 타고 간사이국제공항에서 교토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80분. 배차 간격은 30분마다, 자유석과 지정석으로 나누어져 있다. 클룩에서 하루카 티켓을 구매하면 이메일로 바우처가 전송되고, 클룩 예약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예약한 열차표는 간사이국제공항 2층에서 교환할 수 있다.


한국은 고속버스나 기차표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매할 경우 탑승구에서 모바일 큐알코드를 인식해 바로 탑승할 수 있지만 일본은 모바일 티켓을 받더라도 반드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하루카 모바일 큐알코드를 실물 티켓으로 교환하는 방법은 JR ticket Office, 초록색 키오스크, 하얀색 키오스크 이용하기 3가지가 있다. 티켓 오피스와 초록색 키오스크는 눈에 바로 띄기 때문에 많이 이용해서 줄이 긴 편이다. 때문에 하얀색 키오스크 이용을 추천한다. 티켓 오피스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앞에도 말했듯이 하루카특급열차는 자유석, 지정석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지정석을 타고 싶다면 1차 출력한 자유석 종이 티켓을 키오스크 기계에 다시 넣고, 지정석권 종이 티켓으로 (2차) 교환해야 한다.




발권한 종이 티켓을 보면 Car No.4 & Seat No. 1~10라고 쓰여있는데 4번 열차 칸에 탑승해서 좌석 1번~10번 중 비어있는 곳에 앉으면 된다. 좌석 번호 앞에 붙은 알파벳은 상관없다. 열차를 타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승강장 내부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에그샌드위치를 샀다. 폭신폭신한 빵, 부드러운 스크램블에그의 식감이 최고였다. 왜 한국 편의점에는 이런 샌드위치가 없는 것인가... 열차가 출발한 뒤에 샌드위치로 허기를 급하게 채우는데 역무원이 와서 열차표 검사를 했다. 티켓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테지만 꼭 갖고 있으시길.


창밖으로 보이는 일본의 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교토 역에 도착했다. 두근두근 day 1 여행 첫날의 시작이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교토 역에서 버스로 13분, 지하철로 15분, 도보로 24분 걸리는 곳에 있다. 익숙하지 않은 해외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건 복잡하고 어렵지만 교토 역에서 숙소로 지하철을 탈 경우 1개 정거장만 탑승하고, 12분을 걸어가야 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버스를 타보기로 결심했다.


교토 역 밖으로 나와서 버스 정거장 표지판을 봤는데 매우 복잡했다. 4번, 17번, 205번 버스 중 하나를 타고 가와라마치고조 정거장으로 가야 했는데 안내판이 온통 일본어, 한자로 쓰여있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파파고 번역기로 "가와마라치고조 정류장에 가고 싶습니다. 몇 번 게이트에서 205번 버스를 타야 하나요?"라고 쓴 뒤에 버스 정거장에 있는 일본인 시민들과 역무원들에게 물어봤다. 친절하게 알려주신 덕에 교토에키마에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4개 정거장을 거쳐 가와라마치고조에 도착했다.


일본 버스는 한국과 다르게 뒷문으로 탑승해서 앞문으로 내려야 한다. 버스 탑승비는 몇 개 정거장을 거쳐가든 성인 기준 230엔을 내면 된다.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님께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데 1000엔 이상의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을 받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니 500엔 이하로 버스비를 내는 게 좋겠다. 버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매번 현금을 내는 것보다 이코카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 여행이 훨씬 편리해진다. 금액은 보증금 500엔, 최소 충전 금액 1000엔. 사용 종료 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물건을 결제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교통카드는 이런저런 점들이 편리한데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 동전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 같다. 나는 첫 일본 여행에서는 아날로그를 느끼고 싶어서 교통카드를 만들지 않고 매번 동전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나중에 다시 일본에 간다면 교통카드를 만들 거다.


가와라마치고조 정거장에 내리니 바로 앞에 예약한 숙소가 있었다. BON Kyoto kiyomizu. 구글 평점 4점, 10만 원대 초반의 숙박비, 깨끗한 시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편하게 머무를 수 있던 숙소였다. 숙박비가 저렴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방문 출입이 열쇠가 아니라 도어록인 점,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 점, 짐 보관 서비스가 무료인 점이 특히 좋았다. 다시 교토에 간다면 또 머무를 생각도 있다.


https://maps.app.goo.gl/LWHcdRrz1AuUgcH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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