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차 없이 살 수 있을까?
“차는 잘 모릅니다. 운전만 합니다.”
어느 광고에서 본 문구인데, 그게 딱 내 이야기였다. 운전은 곧 잘했지만, 자동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보험은 어디에 어떻게 가입하는지, 차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다. 신랑이 알아서 했다. 주유하고 운전만 했다.
취업하고 처음으로 15년 된 중고차를 샀다. 생각 이상으로 고장이 잦았고, 매달 수리비로 새 차 할부금만큼 지출했다. 결국 차는 폐차하고 말았다. 그런 경험 탓에 중고차는 내게 신뢰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하와이에서 남편도 없는데 중고차를 사다니 불안했다. 언어도 서툴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컸다. 그렇다고 새 차를 살 형편도 되지 않았다. 차 없이 살아볼 생각도 있었지만, 신랑은 차가 없으면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다니냐며 반대했다. 결국 차를 사자는 신랑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하와이에서 중고차를 사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여러 중고차 사이트를 확인하고,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보를 얻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독일차가 저렴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는 부품이 비싸고 수리하기도 어려워 유지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하와이 사람들이 많이 타서 비교적 수리도 쉽고 나중에 되팔기도 좋은 일본 브랜드 차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놀룰루에 있는 한 일본차 매장에 들렀다. 신입으로 보이는 일본인 직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친절했지만 그의 영어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 대화가 어려웠다. 다행히 같이 일하던 한인 직원이 도와주었고, 일본인 직원에게 판매 실적이 필요하니 가격을 더 깎아보라고 조언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차량 구매 팁도 떠올랐다.
"차가 마음에 들어도 바로 구매하지 마라. 월말이나 연말에는 평소보다 가격을 더 깎을 수 있다."
우리는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도 더 둘러보겠다며 매장을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다시 매장에 들러 가격을 더 깎아 달라고 했다가 미안하다면서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다시 나왔다. 세 번째 방문해서야 계약서를 작성했다. 처음에 만 달러 넘게 부르던 차를 9천 달러 이하로 구매하게 되었다.
하와이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호놀룰루는 버스 노선이 매우 촘촘했으며, 필요한 생활 편의시설은 대부분 차로 10분 이내에 있었다. 우버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광지 역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 교통수단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차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첫째, 하와이의 햇볕은 매우 강해서 10분만 걸어도 땀이 나곤 했다. 특히 아이들은 너무 더워서 쉽게 지쳐버렸다. 둘째, 장을 볼 때도 차가 필요했다. 하와이는 물가가 비싸고, 대형 마트에서 사는 물건은 무겁고 부피가 커서 버스로 옮길 수가 없었다. 셋째, 하와이에서 차가 있으면 바다와 산을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차만 있으면 언제든지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하와이에서 운전은 안전했다. 양보와 배려가 기본이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들 덕분에 운전도 금방 편안해졌다. 신랑 의견대로 차를 산 것은 잘한 일이었다. 차가 없으면 하와이 생활이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1년만 타겠다고 저렴하게 첫차를 샀는데 3년 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창문이 내려가지 않는가 하면 경적이 울리지 않기도 했다. 뜨거운 태양 때문인지 자동차 천장에 붙은 천이 들떴을 때 차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차를 동네 중고차 매장에 넘기고 돌아오는 길이 아쉬워 아이들과 자꾸 뒤돌아봤다.
다시 하와이에서 차를 살 기회가 생기면 큰 픽업트럭을 사고 싶었다. 하와이 사람들이 음악을 크게 틀고 픽업트럭 타고 다니는 모습이 신나 보였다. 그 기회는 잡을 수 없었지만 운 좋게 한국에서 교환 교수로 왔다 귀국하는 분에게 차를 받았고 그 차와 남은 추억을 쌓았다.
하와이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차 없이 살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차가 있어야 아이들과 생활도 편리하고, 자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동안 고생한 중고차 덕분에 우리는 하와이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었다. 언젠가 현지인들처럼 큰 픽업트럭을 타고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