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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동차, 사라진 205달러

주차위반의 교훈과 팁

by 만석맘 지은

사라진 자동차


어느 날 아침, 친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차가 없어!"

잠이 덜 깬 채로 나가 보니, 정말 차가 없었다.

하와이에서 살면서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우리 집 콘도에는 방문객을 위한 주차 공간이 5개 있었는데,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반드시 비워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친구가 놀러 온 그날, 유난히 한국에 있는 남편이 "차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우리는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친구에게 생각이 날 때마다 "차를 옮겨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귀찮아진 친구는 그대로 잠들었다. 나도 한국에서는 단속 전에 방송도 해 주고, 관리실에서 연락도 주니까 하와이도 그러겠거니 했다. 혹시 몰라 차 앞 유리에 우리 집 호실과 전화번호까지 적어 두었으니, 문제가 생기면 연락이 오겠지 하는 안일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친구의 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순간 멘붕 상태에 빠졌다. 혹시 누가 훔쳐 간 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더욱 황당한 건, 한국처럼 ‘이곳으로 견인됨’이라는 안내 쪽지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차가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콘도 매니저를 찾아갔다. 하지만 매니저는 "견인될 때 연락을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매니저는 주차 관리를 하지 않으며, 견인업체가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내 사냥하듯 견인해 간다는 것이다. 그제야 건물 벽에 오래전부터 붙어 있던 작은 플라스틱 안내판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견인업체의 전화번호와 위치가 적혀 있었다. 평소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안내판이었다. 중요한 정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급하게 견인업체로 향했다. 공항 근처 외진 곳에 위치한 견인업체는 높은 철문으로 단단히 차단되어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친구의 차가 보였다. 안도감도 잠시, 돈 문제가 남아 있었다. 견인비는 무려 205달러.

신용카드를 내밀었지만,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금만 받는다"며 근처 ATM을 가리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을 건네자 직원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얼굴로 차 키를 내밀었다. 차를 되찾은 기쁨도 잠시, 우리는 20여만 원이 훅 날아간 씁쓸함에 말을 잃었다.

내 잘못은 아니라도 내 집에서 벌어진 일이라 친구에게 미안했다. 커피를 사고, 밥도 샀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이게 끝일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달 후, 나는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말았다.


같은 실수, 두 번째 견인


그 후 나는 주차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 밤 12시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차를 빼겠다고 주차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날은 콘도에서 공사를 한다며 주차 공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일단 차를 게스트 파킹에 옮겼고, ‘저녁 6시쯤 다시 내 자리로 옮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녁 준비와 집안일에 정신이 팔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새벽녘, 어딘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청소차가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럽네’ 하고 넘겼다. 그러나 그 소리는 견인 트럭의 소리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현관문을 나섰다가 텅 빈 주차자리를 보았다.

"설마…"

그 친구를 급히 불러 차를 얻어 타고, 다시 공항 근처 그 견인업체로 향했다. 이번에도 205달러.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았다.


자유와 책임은 한 몸


하와이에서는 한국처럼 교통경찰을 보기 어렵다. 단속 카메라도 드물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지선 앞에서 반드시 차를 멈추고, 규정을 철저히 따랐다.

한 유학생 친구는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스탑 사인을 무시했다가, 어디선가 튀어나온 경찰에게 단속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운전 중 휴대폰을 보다가 벌금을 물었고, 어떤 친구는 차가 없는 골목길에서 진행 방향과 반대로 주차했다가 딱지를 끊겼다.

미국에서 "위반은 자유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개인의 몫"이었다. 외국인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억울해도 소용없었다. 경찰에게 따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었다. 총기 사용이 가능한 나라에서 경찰은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발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운행 관련 팁


나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몇 가지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1. 주차 규정은 반드시 확인하고 지켜라.

→ 빈자리라고 해서 주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저브드(reserved)"라고 적혀 있다면 절대 주차 금지.

2. 주차장 안내판은 꼼꼼히 읽어라.

→ 게스트 파킹이 있더라도, 시간제한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할 것.

3. 설마 하는 순간 돈이 날아간다.

→ 단속 카메라나 경찰이 없어 보여도, 적발되면 즉시 벌금 부과.

4. 경찰에게 항의는 금물.

→ 미국에서는 경찰에게 단속될 때 손을 핸들 뒤에 두고 가만히 있고, 절대 소리 지르지 말 것. 항의해도 이득은 없고, 위험만 따른다.


하와이의 푸른 바다와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하더라도 명심해야 한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책임은 냉정하게 따르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혹시 당신도 "설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205달러를 날리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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