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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ppy Mar 30. 2021

진창 속에서도 피어난 연꽃 같은 그에게

‘이중섭거리’





제주는 각 지역마다 참으로 다양한 감성을 느끼게끔 해준다. 그중에서도 휴식이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서귀포’이다. 유난히도 따스한 이 지역은 아름다운 바다와 폭포, 정감 있는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제주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이 지역을 가면 빠르게 가던 시간도 느린 초침이 마치 음미하듯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 만난 거리







그 느리게 가는 시간 속을 걷다 보면 이곳 만큼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은 바로 한국 미술계에서 큰 획을 그은 이중섭의 생가가 있는 ‘이중섭거리’이다. 불꽃처럼 짧게 타오른 그의 일생 중에서 ‘제주’가 가졌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해답은 그의 그림 속에 녹아들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그가 산책했던 이 길을 걷고 있으면 메말랐던 영감의 샘도 조금씩 차오르는 듯한 벅참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의 자취를 찾아





살짝 경사가 있는 이 거리에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인 상점들이 순간순간 발걸음을 잡는다. 해녀를 모티브로 한 아기자기 소품샵부터 시작해서 이중섭의 자취가 담긴 굿즈들까지 소박한 예술품들을 알차게 구경할 수 있는 상점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한 공방에 들려 그의 그림이 담긴 작은 마그넷을 손에 넣고 걷다 보면 그의 예술혼이 좀 더 근접한 곳에 서서 숨 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상점을 지나 거리의 끝자락 즈음에 닿으면 서귀포의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귀포 관광극장이 옛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때 그 시절의 부흥기를 상상하도록 자극하고 있었다.






연꽃 같은 삶을 살아간 그에게, RIP







이중섭 거리 한편에 위치한 이중섭의 생가는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잠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꽃 피웠던 그의 생가는 너무나도 초라하고도 아련한 장소였다. 이 집의 가장 오른편 끝자락엔 1.4평 남짓한 크기의 ‘방’이라고 하기에도 믿기지 않은 작은 공간에서 비운의 예술가는 삶을 살아갔다. 그림 그릴 종이 한 장도 없었던 이 천재 화가는 을미년 사월 좋은 날, 소의 말을 남기며 그의 꺼질 듯한 예술혼을 민족의 원형으로 꿋꿋이 이어 나갔다.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아갔던 그가 남긴 작품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연꽃 같은 삶을 살아간 아름다운 그가,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라며 - RIP






by. choppy

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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