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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담

<여행자와 고양이> 리뷰

살구야, 자두야

by 집사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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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와 고양이> 변종모, 얼론북



내가 걸어온 수많은 낯선 길들, 세상 위에 새겨진 나만의 발자국들,

그리고 오늘 다시 내 안에 새롭게 새겨지는 작은 솜방망이의 파문.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단조로운 일상에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가 마치 물컵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 마냥 작가의 삶을 물들였다.

외로움이 사무쳐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를 쏟아내던 작가는 고양이 두 마리에게 세레나데를 바친다.

... 듣는 고양이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하지만 엿듣는 독자의 마음은 시종일관 두근거린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쪼개고 쪼개어, 곱씹고 사색한 끝에 내놓은 이야기는 시시하게 아름답다.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노년을 자칭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질투가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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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만큼이나 선한 살구와 교감하는 작가를 보며, 하악질보다 패악질이 잦은 검지에게 잠시 미안했다.

전투적인 우리 관계의 문제는 어쩌면 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은 5분 만에 다시 초기화됐지만, 이 또한 나와 검지의 관계일 터다.


이 책은 비단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타자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개인적인 삶을 평생 살았을, 정착하지 않고 떠돌았던 여행자의 수십 년을 한 순간에 바꿔버린 대단한 존재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살구와 자두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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