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 사수는 여자였다.
나와 짬 차이가 20년 나는 고인물이었다.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기간이 대단히 짧은 잡지판에서 이례적인 사례였다.
그녀가 편집장일 때, 에디터로 10년 간 일했다.
당시 근무하던 매체는 감각적인 콘텐츠보다 안정적인 매체 운영, 사내 정치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는 에디터로서의 역량도 뛰어났지만, 이 부분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여줬다.
소위 '맷집'이 넘사벽이었다.
말도 안 되는 부조리와 모순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면서 일이 되게 만들었다.
상황이 틀어지면 곧바로 대안부터 찾았다.
절대 그 순간에 머무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부하 직원의 실수를 책망하기보다 대안부터 물었고, 어떻게든 해결했다.
그걸 본 직원들은 알아서 기었다.
그는 심지어 성격도 좋았다.
가수 김종서를 닮았던 그는 노래방에서 자기가 먼저 '겨울비'를 부를 정도로 유쾌했다.
뒤끝도 없었다.
간혹 짜증을 낼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일 뿐이었다.
잠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와 일에 집중했다.
다시 그 일을 언급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내가 본 가장 유능한 상사였다.
그가 퇴사하고 내가 편집장을 맡은 후에 늘 괴로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해낸 정도의 성과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녀의 능력 차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 남녀의 '다름'은 인정한다.
하지만 업무 능력에서는 개인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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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되지도 않는 남녀차별 발언을 보고 빡쳐서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