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_회사작당
글을 쓰지 않은 지 2개월 정도다. 그런데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마냥 손가락은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질 않고, 머리는 문장 하나 간단히 완성하질 못해 몇 번이고 수정에 수정을 거친다. 전반적으로 멍청해졌다고나 할까. 이유를 모르겠는 급격한 체력 저하와 더불어 내 머리도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함께 바스라졌다. 물론 일주일에 두 번꼴로 써내는 일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이 시기의 나는 훗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 잊혀지고 말 것이다.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 이전에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무엇이든 쓰지 않는 생활이 무슨 가치가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고 돌아와서 피곤해 쓰러지는 밥버러지의 삶, 그 정도로 그치면 왜 굳이 구물거리며 살고 있겠냐는 이야기다.
혹자는 괜히 여기서 더 나서서 변혁을 꾀할 생각은 말라고 한다. 어차피 나의 성정이 변화보다는 안정과 평온을 선호하기에, 지금의 삶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깜냥도 안 된다고 말이다. 그 말을 며칠이고 곱씹으며 하루는 노하고 하루는 두려워 했으며 하루는 슬퍼했다. 결코 알 수 없는 타인의 본질을 꿰뚫었다고 착각하며 쉽게 내뱉는 그 태도에 분노했다. 동시에 이 발언을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더이상 이 삶에서 무언가 희망을 찾을 길이 없을 테니 두려워 했다. 그리고 나아질 거란 기대는 말고 지금껏 구축해놓은 골조를 바탕으로만 살라는 이 처참한 인생 사망선고에 이렇다 할 대꾸도 못하고 돌아와 구슬피 여겼다.
글쎄 또 이런 글을 써놓았다고 지리멸렬한 글이라고 하려나? 머릿속에 든 게 이것뿐인데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