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문예비평의 계보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있다. 읽는 와중에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들어와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양주동이라는 국문학자의 입장인데, 이 분은 문예비평의 이원론을 주장한다. 우선 이분의 기준에 따르면 문예비평은 내재적 비평과 외재적 비평으로 나뉜다. 내재적 비평이란 문학작품 내의 내재적 가치, 즉 작품 내에 존재하는 표현 수단의 예술적 가치 등을 판단하는 작업이라면 외재적 비평은 작품의 외재적 가치, 즉 작품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의를 평가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예비평의 이원론이란, 문학의 내재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평가하여 이 작품이 문예비평의 대상에 들 수 있는지를 평가한 후, 해당 작품의 사회적 의의를 평가함으로써 외재적 가치 역시도 잡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게임비평 역시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닌자크리틱같은 웹진이나 외국의 조셉 앤더슨 같은 비평가는 게임 비평계의 '정통파'에 가깝다. 게임비평의 표준을 게임 내부적인 가치의 평가에만 두고 사회적 의의나 메시지 같은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비평 방법이다. 반대로 게임 제너레이션과 같은 웹진을 비롯하여 게임을 인문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은 '반동파'에 가까울 것이다.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게임 내적인 규칙, 시스템에 대한 가치는 경시하거나 그 가치를 부인한 체(보는 게임 담론만 봐도 그렇다), 해당 게임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의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무엇보다도 먼저 문학이어야 하듯이, 게임 역시도 무엇보다 '게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정의롭고 휴머니즘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 선택지 찍는 비주얼 노벨 수준에 불과하다면 게임으로서 비평할 가치는 없다. 반대로 혐오와 조롱으로 가득차 있는 게임일지라도 좋은 규칙과 훌륭한 게임 플레이 과정을 지니고 있다면 게임 비평의 대상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라면 외재적 비평의 기준에 따라 강력하게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처럼 필자는 양주동의 문예비평 이원론 논리를 게임비평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게임의 내부적 가치만을 비평하는 내재적 비평을 선행한 후에, 이 작품이 게임으로서 비평할만한 작품이라는 판단이 서면 사회적 의의를 탐구하는 외재적 비평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의 내재적 비평과 외재적 비평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면, 게임 비평도 '중간파'의 입장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