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념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세상에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멋진 생각들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명언들을 한참 늘어놓고 이게 다 내 신념이고 가치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게 다 서로 이어지는 내용이라도, 좋아하는 점들만 골라서 이으면 우린 그걸 취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 신념은 뭘까.
나는 신념이란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피해서 밟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신념은 스스로 정한 원칙 같은 건데, 무언갈 좋아하는 마음이란 건 본질적으로 관대해서 그것만으론 엄격해지기 어려우니까. 반면 싫다는 말에는 어딘가 고집스러운 데가 있어서 한 번 내뱉으면 여간해선 뒤집는 일이 없다. 우리는 보통 취향은 운명적인 것, 신념은 주체적인 것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취향은 언제나 선택적이고 신념은 갈수록 불가피하지 않던가.
내 관점에선 신념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은 한 번 싫어한 것들은 영원히 싫어하겠다고 맹세한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그 열정은 분명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내가 정말로 누군가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오히려 그가 이전에 했던 말을 솔직하게 번복할 때였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나는 어떤 신념 하나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렇게 생긴 제1의 신념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번복을 긍정하자는 것. 그게 내 신념이다.
누군가의 어떤 면이 순간적으로 싫어진다면 적어도 한 번은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성급한 판단은 아닐지. 내가 오해한 건 아닐지. 그의 그런 면을 싫어하는 마음이 내 가치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스스로 신념을 부러뜨려 보는 것이다. 해보고 만약 부러진다면, 내가 그에 대해서 했던 말을 번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말을 바꾸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한다면, 그 두 번째 주장도 편견 없이 다시 한 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신념은 우리가 싫어한 모든 것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싫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물론 이런 내 마음도 수없이 번복의 시험에 들곤 한다. 때로는 정말 안 변하는 것 같은 사람을 만나 상처도 받고, 나 자신의 못난 모습이 참 오래도록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 때면 절망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는 건 누군가가 내게 걸어 준 기대와 믿음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내 신념도 싫어하는 무언가를 피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면, 내가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것은 나를 쉽게 정의하고 어떤 가능성에서 배제해 버리는 사람들이었겠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길 누구보다도 바란 게 나였기 때문에, 그 간절함을 아는 입장에서 아직은 내 마음을 번복할 때가 아니다.
⟨방백⟩은 누군가 들어 주길 바라는 혼잣말을 모은 단편 수필집입니다.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난 심리적 사건을 정확히 읽고 그 배경을 헤아려 봅니다.
두 번째 방백 주제: 가치관과 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