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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숭이 Dec 07. 2022

옆구리 찔려 절하기




둘째가 막 말이 터지던 무렵, 입에 달고 다니던 세 글자.

"고맙디?"

한없이 나를 좋아해주던 아이에게 습관처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던 모양이다.


'고맙다'는 말을 깜빡 잊은 어느 날,

아이는 한참이나 내 입을 물끄러미 보다가

기어이 제가 듣고 싶은 말을 제 입으로 하고야 말았다.

"엄마, 내가 참 고맙디?"

이리도 깜찍한 채근이 있을까.

"그럼! 고맙디!"

"히히히. 고맙디. 고마워!"

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엄마의 대답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그후로도 기특한 일을 할 때마다

"고맙디? 고맙디, 고마워!"

자문자답을 하며 내 주위를 맴돌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둘째를 떠올린다.


"고마워"

그렇지 않아도 예쁜 말.

거기에 더 예쁜 기억을 보태줘서.

참 고맙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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