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초. 무작정 가족들을 둘러메고 자신만만하게 브라질로 향했다.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코로나의 매서운 공격은 2년을 넘게 안방과 거실에만 우리를 붙잡아 놓았고, 남들 다 겪는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마치 우리만 겪는 양 힘에 부쳤지만 그래도 무탈하게 넘겼다. 그리고 5년 만에 귀국했다. 나만. 우히히히. 두 달간 나는 자유다.
오랜만에 본 인천공항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가족들과 친구들도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숙소를 잡고 짐을 정리하니 어느새 23시. 새나라의 어린이는 아니니 늦게 자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만 12시간의 시차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하긴 첫날인데 될 리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잠을 잤다기보다 졸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일정은 처가댁 행차. 성깔 사나운 처제가 전화로 지랄을 해댄다. 지네 엄마 몸이 안 좋으니 가지 말라고. 진짜 지랄이다. 그래도 안 갈 내가 아니다. 가서 너네 엄마랑 그간 못했던 니 욕 실컷 하고 올 거다. 장모님은 나를 딸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허구한 날 나를 앉혀놓고 하는 말은 남편 욕, 자식 욕뿐이니 말이다. 그거 다 들어주면서 맞장구라도 쳐줄라치면 장모님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하신다. 5년 동안 딸 같은 사위가 없어 어쩌셨나 그래.
두 번째 일정은 친구들 만나기. 인사동에서 펜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의 정기 전시회를 핑계로 올만한 친구들을 호출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오십 중반을 힘겹게 넘기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면 이 기회에 삶의 묵은 때라도 벗기려는 듯 난리가 아니다. 근데 왜 주둥이로 벗기는 걸까? 분명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 만났는데 잠시 떠들다 보니 막차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자리를 마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 가득 헤어진다.
한국에 오면 꼭 가고 싶었던 곳. 동네 도서관. 무료로 그간 못 본 책들을 양껏 볼 수 있고 빌려주기도 하는 인심 좋은 이곳은 부천에 위치한 장애인 전용 도서관이다. 물론 일반 서적도 많이 있어서 그간 많이 고팠던 책들을 흡입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를 비롯하여 백수린 작가, 기욤 뮈소 등등 작자들의 작품들을 읽고 있자니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글은커녕 일상조차 버거웠던 내게 귀국이 준 첫 번째 선물이 아닌가 싶다. 선물을 받았으니 잘 써먹어야지. 근데 글이... 글이 안 써진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하~. 난감하다. 그래도 쓰고 싶다. 써보자. 쓸 수 있을 거야. 써. 닥치고 얼른 책상 앞으로 가서 의자에 앉고 걍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