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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Jun 14. 2024

어? 이게 왜 잘 되지?

어반스케치를 배우다

  어반 스케치를 배우다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는 것도 별로 없을뿐더러 그나마도 막상 그려보면 선이 이쁘게 안 그려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반 스케치는 선을 똑바로 그리지 않더라도 나름의 멋과 맛이 있어 괜찮다는 것 정도인데 그 멋과 맛이 아직은 드러나지 않으니 문제라면 문제다.  


  언젠가는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겠지 하며 매일 2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자그마한 스케치 북에 이런 저런 그림들을 그려보고 있다.  가끔은 내가 봐도 썩 괜찮은 그림들이 나와 주니 연습할 맛이 난다.  어반 스케치를 가르쳐주는 유튜브 동영상들이 많아 그 중에 내가 따라 할 만한 채널을 두어 개 골라 구독한 뒤 매일 하나씩 따라 그려보고 있는데 아직은 조금만 어려워도 건너뛰어 버리기 일쑤다.


  색감이 전혀 없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오로지 펜으로만 이것저것 그려보고 있는데 어라? 왜 꽃 그림이 더 잘 그려지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어반 스케치인데 왜 보테니컬이 더 잘 되는 거지?  원래 꽃 그림이 입문하기 더 쉬운 건가?  어라라?  나무 그림도 제법 괜찮게 그려지는데?  헐...



  원하던 방향이 아니니 그리지 말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그림을 그리는 손의 잔 근육들이 발달되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일단은 그냥 따지지 말고 어차피 연습이니 계속 그려나가자.  그러다보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  야외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서 연필로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펜으로 끄적이는데도 멋진 풍경을 작은 화폭에 담을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내가 그림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서 팔자 고치려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나의 즐거움과 하고 싶었을 때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겸 시작한 그림이니 나만 즐겁고 행복하면 되지 않겠는가.  워낙에 없는 실력이라 남 몰래 연습하고 있을 때 마눌이랑 아이들이 몰래 들어와 훔쳐보면서 '오~~~' 하면서 감탄을 해주는데 하도 듣다보니 이젠 익숙해지다 못해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림도 곧 경지에 이르겠지.  뭐, 한 십 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왜 글은 이리 힘든 걸까?  그림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따라 그리기만 하면 되는데 글은 한번 막히면 도무지 이어지질 않으니 거 참.  글은 매일 조금씩 쓰기가 어려워 한번 글감이 떠오를 때 쭈욱 써내려가는 타입인데 이것도 그림처럼 매일 조금씩 해볼까?  그럼 좀 나아질라나?  언제쯤이면 글을 쓰면서 '어? 이게 되네?' 하고 짐짓 놀랠 수 있을까?  한 이십 년 정도 필요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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