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어머니 소유의 것으로 어머니가 집을 비우고 다른 지역에 계셔서 지금은 나 혼자, 아니 반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아파트는 30년 가까이 되었는데, 주변에 새로 지은 브랜드 아파트들에 비해 집 값이 저렴하다.
한 유명 건설 업체에서 3년 전 부터 집 값을 올려준다며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리모델링에 찬성한 입주민들은 건설 업체와 손잡고 리모델링 추진 위원회와 조합을 만들었다. 주민의 과반이 그들의 설득에 조합원이 되었고, 리모델링은 추진 중에 있지만 차일 피일 시행일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리모델링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리모델링 반대 특위를 만들었다. 이 일로 3년 내내 아파트는 시끄럽다.
처음에는 리모델리이 빨리 진행될 것 같아 찬성하셨던 부모님도, 기한이 미뤄지고 건설비용이 처음 제안에 비해 계속 늘어나자 탈퇴하시려고 한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호락호락 탈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외로 이주하거나 지방으로 이주하는 등 몇몇 사항이외의 단순 변심 등은 탈퇴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집 값을 올리고자 분투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욕망을 등에 업고 이윤을 향해 달려가는 건설사. 그리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사람들. 욕망들이 들끓는 한 여름의 아파트. 욕망의 아파트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욕망에 휩쓸려 정신을 잃지 않으려면, 트랜센던트, 욕망을 초월하여 다른 종류의 무엇이 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