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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 유학생 상도 Jun 09. 2023

해외 유학은 진짜 사람들이 생각한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일본 유학 고찰 1

내게 남은 유학 기간은 2개월 남짓.


지금 시점이 되어서 과거를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본에 와서 친구들과 사이도 안 좋아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도 하고.

브런치와 유튜브를 시작했다.

또, 꿈에 그리던 일본 동아리 생활을 하며 지낸다.


지금까지의 나는 분명 다른 누군가가 평생 동안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한 것이 맞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의문도 든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게 정말로
스스로의 성장에 도움이 돼?



아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4학년 1학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주변 지인들은 모두 취업 준비로 바쁜 와중, 나만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과 나의 현실이 괴리감 때문에 유학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정말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나름의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학이라는 건 돈 쓴 만큼 효율적이지 못 하고, 버블이 끼어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에게 유학이 도움 된 이유는 전공, 어렸을 적부터의 로망, 동아리와 아르바이트, 유튜브, 브런치 같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문과이기에 나에게 있어 일본 유학은 최고의 스펙업이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일본에 살아본다는 생각했던 꿈을 실현시켰고,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와 동시에 유튜브와 브런치를 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한편, 유학을 오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괴리감”이었다.

한국에서 살던 때에는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 돈을 벌었고, 24시간을 그런 식으로 지냈다.

운이 좋게도 6개월 만에 유학을 갈 수 있는 자금이 모였지만, 안정적인 일본 생활을 위해서 더 노력했다.

그렇게 보내던 22년은 정말로 값진 매일매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하고 얼마 안 가 내가 느낀 것은 “공허감”이었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의 텅 빈 기분이 아니라 시간이 너무나도 남아돌았다.

컴퓨터도 없고, 아이패드 하나로만 디지털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이었으면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입장이기에 할 수가 없었다.

그 시간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그건 굳이 일본에서 보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이 공허감을 몸소 체험하고서 나는 “왜 꿈에 그리던 유학에 와서 한국으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타과라면 유학을 추천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일본에 살려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절대 흙수저는 유학이라는 스펙업이 좋은 수단이 아니라 생각한다.


내게 일본 유학은 내 절반을 내주는 대가로 하는 스펙업과 같다.

빨간딱지가 붙은 흙수저의 입장에서는 이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의 사정은 달랐다.


나에게 있어서 “내 인생의 절반 바쳐야 할 정도”의 가치인 일본 유학이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으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환경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속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환경을 보고서 내 인생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중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 된다는 사실이다.

가정환경이 유복한 사람이건 부족한 사람이건 유학에서 얻는 것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유학을 갔다 왔음”이라는 자기소개서의 한 줄을 원한다면 둘 다 같다.

그러나 유학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나에게 있어서는 도움이 되나, 무조건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자신이 DNA를 구성하는 염색체 하나하나가 오타쿠 정신이 깃들어서 일본에 살고 싶은 게 아니면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더 좋은 길도 많고, 방법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유학을 가는 게 꼭 좋다고는 이야기해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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