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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 유학생 상도 Jan 11. 2024

일문과에 입학할 무렵의 이야기

가고 싶은 대로 갔던 사람의 회고록

2018년 2월 무렵, 나는 면접 전형으로 대학원서를 6장 냈다.


주위의 친구, 선생님까지 모두가 뜯어말렸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이 "어디어디 학교에 넣어라"라고 말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다.

자기 소신대로 가는 인간이라는 것이라 자랑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나, 나는 지금도 예전에도 똑같았다.


모두가 뜯어 말린 이유 중에 하나는 일문과에 지원서를 6장 넣었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미래를 위해 "경영학과", "행정학과" 같은 곳을 넣었다.

그러나 나는 진짜 일문과 하나만 보고 6개의 원서를 넣었다.


개중에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씹덕 애들한테 너 완전 털릴걸?" 이라는 말도 들었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다.

내가 가는 곳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어쩌겠나.

나는 영혼이라는 조타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세상이라는 파도가 이끄는 대로 가는 인간이다.

도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 먹을 뿐이다.


들어가고 나서는 진짜 재밌었다.


"찐따는 찐따를 무섭게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거랑 비슷하게 "씹덕은 씹덕을 무섭게 알아본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숨어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레이더 망에 어쩔 수 없기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 탓인가 다들 나랑 비슷한 사람들 투성이기에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웃긴 게 위에서 친구가 이야기한 "씹덕 애들한테 완전 털릴걸?"에 씹덕 친구가 나였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 과목에서 전체 중 1개 밖에 틀리지 않은 나였지만, 솔직히 무서웠다. 

그건 기초 중의 기초의 영역이었다. 


히라가나 "모"를 쓰는 순서를 맞추는 문제였다.

이거 1개를 틀린 것도 일본어 실력이랑 그다지 관계 없는 걸로 틀린 것이다.

그래서 나보다 더 잘하는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곳에서 상위권이었다.

나에겐 다 재미있는 내용이었고, 어느 정도 알거나 배운 내용이었다.

형과 이야기하면서 나온 것들도 있었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도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옆의 나라에서 "버블 붕괴로 일어난 사람들의 변화" 같은 것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자기 나라에 관심 가지기 바쁜 시대인데, 남의 나라에 누가 관심을 가지랴.

그러나 나에겐 참 좋은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었고,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나에겐 천금 같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다른 사람에겐 아니었으리라 확신한다.

내가 수혜를 누렸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그걸 누리지 못했다는 말이니까.


부디 이 글을 읽는 후배님들이나 다른 일문과 사람들은 수혜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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