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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un 22. 2022

alone

27. 신호위반

한없이 외로워서 도로에 나왔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다.

느려졌다. 느리게 움직이고 싶었다. 어쩌면 멈춰버리고도 싶었다.

누구 하나 내 곁에 있는 이가 없었다.

가볍게 웃고 즐기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혼자라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혼자라서 사무치게 외로워졌다.

한가한 도로에 접어들었다. 주변에 달리는 차도 인도를 걷는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빨간 신호등 옆에 나를 지켜보는 것이라고는 신호위반 카메라뿐이었다.

'나를 지켜봐 주는 것은 너뿐이구나.'

미친 사람처럼 셀카라도 찍듯 화면을 보며 윙크도 보내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헛웃음이 나서 큰소리로 웃었다. 핸들을 치며 몸을 들썩이니 차도 함께 들썩였다.


한번 찍 혀 볼까? 

대범하게 빨간색 지시등을 보고도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저 카메라에 진짜 찍혀 범칙금이 나타나면 이런 날도 추억이 될까 싶었다.

몰래 엄마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때처럼 하면 안 될 일을 알면서도 조금씩 차를 움직였다.

질끈 눈을 감았다. 차는 달릴 줄 알았는데 엑셀에 발이 옮겨지지 않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일탈조차 못하는 모습에 한심스러웠다.

어느새 푸른색 신호로 바뀌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붉은 불이 켜지면 이 한산한 도로를 넘어가 보리라.

그러면 유일하게 날 지켜봐 주던 저 카메라가 나에게 기념사진을 보내주겠지...'

파란 신호가 끝나길 기다렸다.


"똑똑."

누군가 차문을 두드렸다.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창문을 보았다.

경찰 제복의 사나이 두 명이 창문을 내리라 손짓하고 있었다.

운전석 창문을 천천히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신가 확인하러 왔습니다. 주변 순찰 중인데 차가 들썩이고 차 안에서 고음과 희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게다가 신호가 바뀌어도 멈추어 있으셨는데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니신지요?"

귀가 불타올랐다. 붉어진 얼굴로 그들을 보냈다.

혼자라고 생각될 때 생각보다 진정 혼자가 아닐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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