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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y Jun 14. 2020

Covid-19 공포 시대의 문화 체험

         1917년, 유튜브, 미스터 트롯, 팬텀 싱어 3

코로나 19 집콕의 상황에서 나는 영화 1917년에 심취했고 미스터 트롯과 팬텀 싱어들을 반복해서 시청했다. 게을러서 facebook 같은 SNS를 하지 않는 내겐, 보기만 하면 되는 유튜브는 거의 일상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코로나 실황 정보 외에 복잡한 한중, 한미, 북미, 한일 관계 논란이나 주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치닫는다는 경제상황 염려 들은 나의 시선으로부터 fade out 되었다. 4개월여 동안 집콕 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사회생활 환경으로부터 격리되니 논쟁거리도 대인적 심리 소모도 없어졌다. 생활이 단순해지고 생각도 단순해졌다. 우연인지 선택이었는지 모르나 내가 접촉한 미디아 문화는 나를 한 시선, 한 방향, 한 가지 논리로 훈육시켜주었고 감성을 계속 마사지 해 주어 감성의 이상 비대증을 겪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어떤 인간형이 되어 가고 있는걸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바이러스 공포와 언택트(untact)가 뉴 노멀이 될 거라는 이 시대에 내가 굳이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내 생각이나 취향과 다른 사람들과 부대낄 일은 없다. 콘택트(contact)의 시대에는 좋든 싫든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이 그런 부대낌이었는데. 지금까지 나는 되도록 편견 없고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살고자 노력해 왔는데 앞으로는?     


영화 1917년 : 컴퓨터 게임 방식의 1차 대전 체험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놓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끝까지 경합했다는 샘 멘데스 감독이 만든

미국 국적의   영국 영화이다.  




‘1917년’은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령을 전하려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카메라는 시종 이 병사들(도중 한 사람은 사망한다)를 쫓는다. 단일 시점으로 한 번도 끊기지 않는(기술적으로 그런 효과를 만든 것이라지만) 단 한 개의 숏으로 전개되는 단일 플롯의 이야기다. 원 숏-원 시퀀스(One Shot-One Sequence),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One Take, Long Take 등 여러 가지 용어로 지칭되는 기법을 썼다. 영화사 최초로 만들어진 1-2 분 짜리 영화를 빼고는 이런 기법이나 서사(narrative) 방식을 쓴 경우가 드물다. 영화사 초기의 4-5분짜리 영화도  2-3 개의 플롯을 (강도는 열차를 털고 있는데 같은 시간 마을 사람들은 파티에서 춤을 추면서... 식으로) 도입했다. 롱테이크 기법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2 시간 짜리 장편 극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one shot으로 찍은 것(최소한 그렇게 보이도록 트릭을 쓴 것이라지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전장을 하루 동안 계속 달리며 이동하는 두 병사의 눈을 통해 우리는 1917년의 전쟁 모습의 일단을 보게 된다. 두 병사가 달리는 전장 벌판은 피폐하기 그지없다. 가끔 한 두 명 좀비처럼 출몰하는 양측 패잔병들, 끝날 것 같지 않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고 긴 참호 속에서 승리를 향한 전의에 불타기는커녕 축 처진 어깨에 명령에 따라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넋이 나간 듯 보이는 병사들. 이 삭막한 풍경 속에서 임무 완수를 위해 초 긴장 상태로 뛰어다니는 두 병사들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경험한 이전의 전쟁 영화는 전쟁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어도 대개 배경 풍경이 되는 병사들 외에 등장인물들이 다수이며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대에서 여러 개의 플롯이 전개되고 우리는 전지적 시점으로  모든 상황을 들여다보며 전투의 전후 맥락이며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런데 단일 플롯에 단일 시점인 1917년은 

전령 전달을 위해 들고뛰는 두 병사가 만나고 부닥뜨리는 상황이 전부이다. 옳고 그름의 논리나 행동의 의미를 묻지도 따질 것도 없이 장애물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 컴퓨터 게임 속의 상황과 유사하다.   


 

유튜브 : 한 방향, 한줄기의 직설적 주장들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유튜브.  너(you)를 좁은 관(Tube) 속으로 끌어들이는 "너튜브". 1917년은 유튜브와 많이 닮았다. 두 병사가 통과해야 하는 길고 좁은 참호가 유튜브와 오버랩된다.      

유튜브는 한 방향으로 보고 한 줄기로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그렇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균형 잡힌 논리나 사고는 전혀 인기도 없고 주목받지 못한다.  화끈하고 확실한 주장과 논리만이 먹히는 곳이다. 그래야 내 콘텐츠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적극적으로 북돋아 준다. 

예컨대 나는 임영웅의 팬이다. 유튜브에서 임영웅 노래를 즐겨 듣는다. 유튜브에 들어갈 때마다 놀랍게도 임영웅의 근황을 좇으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극찬하는 성향의 채널 클립들이 다수 올라와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의 클립을 한번 시청하면 다음번에는 같은 성향의 채널 클립들이 여러 개 붙어 올라온다. 몇 번 지나게 되면  유튜브의 친절한 인공지능이 유사한 것들을 분주하게 찾아다 나의 채널을 도배해 준다. 끊임없는 양성 피드백 작용(Positive-Feedback)의 세계이다.  인간에 내재해 있는 확증편향을 최대한으로 자극해서 “너의 좁은 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갇히게” 만든다.     



미스터 트롯과 팬텀 싱어 3 : 감상(感傷)과 열정과 격정     


요즈음 우리 대중음악 풍경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경연 프로그램에서 비롯된 노래문화이다.      

미스터 트롯은 트롯 음악을 열풍처럼 확산시키고 있다.  트롯은 예전보다 산뜻해지고 품격이 달라졌고 즐기는 층도 어린이 청소년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를 망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의 정서를 품은 노래인 트로트는 슬픔, 아쉬움, 좌절 후회 등 온갖 아픈 감정들을 표현한다. 격조 있고 “고상”하게 불러내는 등 트롯의 면모 일신에도 불구하고 직설적인 가사에 애조 띈 멜로디가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감상을 증폭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팬텀 싱어 3은 남성 크로스 오버 4중 창단을 만들기 위한 JTBC의 인기 경연 프로그램이다. 수년간 국내외 유명 음악 학교에서 공부한 테너, 바리톤, 베이스 , 카운터 테너,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룩한 뮤지컬 배우, 실력 탄탄한 국악 소리꾼들이 근 석 달째 경연의 최종 단계에 오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벨칸토 창법을 연마하며  혹은 국악 창법에 따라 고도의 절제된 소리 내기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 예전에는 창법이 손상된다고 금기시되었던 국 내외 “유행가”들을 “마구” 부른다. 그중에서도 반응이 좋은 것은  스페인 멕시코 그리스 이태리 등 라틴문화권과 남유럽 나라들의 유행가이다.  대개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정서가 두드러진 이 지역 노래들이 주목을 받고 참가자들은 거의 온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격렬히 부른다. 듣는 사람들이 그 격정의 파도 속에 휩쓸리는 것은 물론이다.  


위에 든 사례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최근의 문화 환경이 전반적으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례는 많다. 컴퓨터 게임을 비롯해서 온라인 상에 무수히 운영되는 온갖 카페, SNS는 확증 편향을 자극하는 대표적 사례들이 될 것이다.  감성문화 역시 활발하다. 최근 1-2년 사이 트롯의 폭발적인 인기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한다. 여러 종류의 노래 문화 가운데서도 트롯은 가장 날것의 감성을 가진 음악이다.     



이런저런 설명이나 주장을 가지치기해 버린 한 가지 논리로 만사를 보는 머리와 감성이 비대해진 가슴이 합작해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것 일가? 혹시 우리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진영 싸움이 점점 더 격렬해지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을까? 


     

#코로나 19 #팬텀 싱어 3 #미스터 트롯 #유튜브 #1917년 #집콕 문화체험 #진영 싸움 #직설적 문화 

#감성 폭발 #언택트 #바이러스 공포시대 #양성 피드백 작용(positive Feedback) #감성 마사지

#단일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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