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감정코칭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들어왔지만 정작 감정코칭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잘 알지 못했다.
요즘 미디어 콘텐츠를 둘러봐도 ‘감정’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도 공부에 대한 감정이 좋아야 하고, 놀이할 때도 놀이에 대한 감정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엄마 아빠에겐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감정이 생긴다고 한다. 아이가 독립된 성인이 될 때까지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감정표현을 하도록 돕는 것이 육아의 최종목표처럼 보인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양육자인 부모도 결국 한 인간이기에 여러 감정을 처리하고, 미성숙하게 행동할 때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부모도 어린 시절 감정코칭을 받으며 자랐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만, 우리 역시도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채 알기도 전에 어른이 된 경우가 많지 않을까. 사전에 의하면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 감정에 백 프로 책임질 수 있어요!' ' 내 기분은 태도가 되지 않아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인부모가 얼마나 될까.
나 스스로도 기분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성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주 아이들 앞에 서게 된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매 순간 견디면서 말이다.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 톤과 제스처를 지향하며 살지만 완벽하지 않은 어른의 모습을 아이들은 자주 보며 살아야 한다.
최성애, 존 가트 맨 박사의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은 아이들에게 감정코칭이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성공적인 감정조절의 결과는 높은 자존감과 자아 성장감이다.
아이의 다양한 감정을 공감하고,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할 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왜 그래?' 대신 ‘어떻게’와 ‘ 무엇‘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주도적으로 해결하게끔 도와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나와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고, 부모와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직 본인의 감정들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매우 서툴어해서 실제로 ‘몰라'라는 답이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 “ 지금 기분이 어때?"라는 열린 질문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여전히 ‘나의‘ 생각과 가치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내 기준에 아이들이 엇나가는 경우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어쩌면 아이들에게 감정코치 할 수 있는 지금이 내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기분을 살피기 전 스스로에게도 내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질 수 있으니 말이다.
감정코칭을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나는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간접적으로 감정코칭을 받고 있다. 내게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금이 더없이 값지고 감사하다.
아이의 시간 개념은 어른과 사뭇 다릅니다. 아이는 대개 ‘지금 여기’를 순간으로 느끼며 살아갑니다. 아이에게 먼 훗날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p.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