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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특집 영화 추천

<콘클라베>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by soulblue

<콘클라베>가 우리 안의 진보를 이루는 방식에 대한 신적 개입을 소망하는 판타지라면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신의 부재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부분은 <콘클라베>는 이러한 판타지를 지극히 리얼리즘적인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영성적인 전복과 개혁이 실재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무신론적인 비관을 사랑스러운, 그래서 하나의 우화나 판타지 같은 무드 속에 다룸으로써 현실의 무거움을 가볍게 했다는 부분이다.


두 영화가 거의 상반된 주제의식을 정확히 반대의 방법론으로 펼쳐내고 있는 거다.


그래서 두 영화를 비교할 때 발생하는 미학의 정점은 <콘클라베>가 신성에 정치를 개입시켜 지극히 인간적인(정치적인) 해결방식을 예고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불온한 전복을 시도한다면 반대로 철저히 무신론적 기반에서 시작한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신의 부재 속에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질문함으로써 오히려 영성적인 겸허와 낙관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콘클라베>가 확신에 대한 불신을 통한 신앙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교황이 있다>는 바로 그 불신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오히려 신앙적인 어떤 모먼트를 창조해 낸다.


철저히 다른 기반에서 반대 진영의 방법론으로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이 기반으로 둔 세계를 파괴하는 양극단의 결말에 도달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신성을 믿는 <콘클라베>가 오히려 정치라는 인간의 방식으로 진보를 성취한다면 철저히 무신론적 관념에서 출발한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신은 없다는 상실 속에 인간 자체가 영성을 쫓는 신성을 지닌 자로 조명된다. 인간은 비록 작고 무기력하지만 어찌 됐든 신의 부재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존재인 것이다.


두 영화를 함께 보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이유다.


요약하자면 콘클라베 뽕을 교황이 있다가 빼준다는 이야기. 더 교양 있게 표현하자면 교황이 있다가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면 콘클라베는 방법을 제안한다. 시청 순서는 콘클라베-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순으로 추천한다. 그 편이 더 울림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가 더 좋았다. 정말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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