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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blue Aug 18. 2023

성실함은 강하다는 양키물 의외의 법칙

다카하시 히로시의 <큐피>

하루 만에 큐피를 다 봤다. 다카하시 히로시의 만화를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가복제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듯하다. 양키물 자체의 한계기도 해서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

다카하시 히로시 <큐피> 주인공 ‘이시다 고토리’


대체로 폭력물 내의 인물들은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야성이 날뛰는 존재들로서 정상화의 범주에서 일탈한 문제아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완벽히 탈주해서 범법자나 노숙자가 되든지 아니면 개심하고 사회 시스템 안으로 돌아가든지 하는 두 가지 옵션만이 존재하게 된다.


탈주해서 범죄자가 되는 것도 폭력만화 특성상 최고의 엔딩일 수도 있겠으나 대체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기가 많은 이 장르는 아무래도 그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남장희로 번역된 우물쭈물하지 마(요네하라 히데유키) 아마쿠사 긴이 그 한계치에 근접한 미친놈이었는데 이 녀석도 결국은 개심 비슷한 걸 하고 착해진다.

요네하라 히데유키 <우물쭈물하지 마> 희대의 광인 빌런 ‘아마쿠사긴’


결과적으로 다카하시 히로시의 작품들 역시 미쳐 날뛰는 혈기의 (매력적인) 양아치들이 등장하지만 끝내는 사회 시스템 내로 다시 재편입되는 클로징을 많이 그리게 되는데 큐피 역시 마지메나 히또 그러니까 성실한 소시민의 삶을 동경하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인한 삶이라는 식의 논리 속에 주인공이 포섭된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작은 기대조차 받지 못하는 철부지 망나니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며 어리석을 결정을 수없이 내리면서도 로큰롤이나 목공예 같은 생의 목표를 찾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가장 강하지만 현재는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성실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지닌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뭉클하면서도 동시에 이게 맞나 싶기도 하는 거지. 일반인들보다 더 성실하고 착하잖아!!!


어쨌든 그의 작품에는 지속적으로 같이 몰려다니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진짜 멘탈이 강하고 곧은 매력적인 형 캐릭터들이 등장해 아이들을 계도시키고 떼로 사람을 패대거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만을 골라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을 응징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정의와 윤리가 존재한다.


몰려다니면서 개짓하지 말고 적어도 비겁하지 않게,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사는 것이야말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구조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것이 아닌가 묻는 만화.


그런 의미에서 양키물을 아주 좋아한다.


p.s 개인적으로는 같은 작가의 작품인 <크로우즈>와 <워스트>를 더 추천한다. 요즘은 이런 만화가 별로 안나오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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