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집
걸려든 덫에서 버둥대다가
온몸 나른해질 때
나는 너에게 야금야금 먹힌다
뿔인지 혹인지 알 수 없는
너의 입발림에 음정박자도 모르는
외줄 광대가 되어
요람 위에서 나는 점점 작아져갔다
욕망이 남긴 찌꺼기에 누가 알을 까두었나
애증의 극대치에 이르면 구부정하게 휘는 허리
네가 숨어있던 어둠속은 언제나 도도했다
덩치 큰 짐승의 길목을 피해
감당할 수 없었던 허공과 허공 사이
날개가 가장 가벼워지는 순간
투명한 너의 집은 끈적해졌다.
숨결마저 나 너에게 다 삼켜지고 나면
출렁이던 집은 그대로 비워둔 채
은둔은 또다시 시작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