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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양자 Dec 06. 2024

시 꾸러미

거미의 집

거미의 집



걸려든 덫에서 버둥대다가

온몸 나른해질 때

나는 너에게 야금야금 먹힌다

 

뿔인지 혹인지 알 수 없는

너의 입발림에 음정박자도 모르는

외줄 광대가 되어

요람 위에서 나는 점점 작아져갔다

 

욕망이 남긴 찌꺼기에 누가 알을 까두었나

애증의 극대치에 이르면 구부정하게 휘는 허리

네가 숨어있던 어둠속은 언제나 도도했다

 

덩치 큰 짐승의 길목을 피해

감당할 수 없었던 허공과 허공 사이

날개가 가장 가벼워지는 순간

투명한 너의 집은 끈적해졌다.

 

숨결마저 나 너에게 다 삼켜지고 나면

출렁이던 집은 그대로 비워둔 채

은둔은 또다시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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