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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혜 Nov 27. 2022

'삶'에 관한 사색-설명할 수 없는 불행에 대하여

나는 철학을 잘 모른다. 담장 너머 몇 문장 엿듣고서 떠듬떠듬 기억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누가 뭐라 캤다던데 그게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나네...' 식의 아주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중에 내 마음에 잔상을 남긴 누군가의 말은 이렇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역시나 모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글라스를 끼고 둥둥 떠다니며 사는 것과 다름 없어서, 서로 마주치지 않는 나란한 두 선처럼 스쳐지나듯 살고 있다고.



이 말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약간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직접 설명하지 못 하고 두루뭉술하게 느끼기만 한 것을 멋진 수사와 논리로 대신 정리해 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과 연관하여 내 삶에서 노력과 긍정이 중요한 키워드였다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라는 일반론적인 진리를 나는 오래 동안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노오력 안 해서 평범한 시민으로 청년으로 아등바등 살고 있는가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남들보다 덜 노력하고도 해외에서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우연히 명동 갔다가 길거리 캐스팅도 되고, 로또도 당첨된다.


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사람들과 신을 사랑하며 살아도 때로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시련에 처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렇게 생이 마감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마다 삶이 굴러가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하면 노력한 방향대로 삶이 굴러가는 사람도 있지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또 종교를 잘 믿어서 세상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선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끊임없이 건강상 어려움, 경제적 곤란 등을 안고 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노력이나 긍정이 일반적으로는 더 나은 삶을 가져온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다 통하는 진리인 듯이 맹신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또 종교의 경우에도, 신을 열심히 믿는다고 모두에게 부와 건강, 명예, 소원성취 같은 것이 주어지게 될 것이라고 속단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인간의 삶을 1 넣으면 1 나오는 단순한 공식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독교에서 그 많은 이적을 행한 예수님조차 거부할 수 없었던 고난이 있었던 것처럼, 어떠한 인간적 노력이나 믿음으로로 비껴갈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인간에겐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에게는 잘만 적용되는 삶의 진리가 나에게는 도통 와닿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다르게 굴러가는 각자의 삶에서, 개개인이 가진 글라스ㅡ가치관, 소신, 믿고 있는 종교 등ㅡ는 그 과정을 겪어내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영향을 끼치지, 반드시 일어났어야 하는 사건 그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이 제 뜻대로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건 태도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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