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emaker and Dead point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하샤마임 베에트 하아레츠."(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20년 전 당신이 제 입술에 달아주셨던
그 말씀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은 창조주이시며, 7박 8일 동안 이끌어주신 분, 밤이나 낮이나 저와 함께 하셨습니다.
길 위에서 6박 7일이 지나고, 마지막 목적지인 배알도 수변공원에 도착하자 내 입술은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을 기도한다. 벅찼다. 내 안의 나는 마치 웅장한 멜로디(합창)를 듣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스스로 놀랍고 자랑스럽다. 여행 내내 내 안에서 함께 달렸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이제 창세기 1장 1절,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말씀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온몸이 기억하고 깨달은 말씀이 되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아름다운 세상
8일째 되는 날 아침. 이제 집으로 간다. 강이 바다를 만나 하나가 되는 자리 배알도에서 마산 가톨릭 문화원까지 대략 105km. 마지막 힘을 내면 8-9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물과 음료수를 계산하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내 뒤통수에 대고 묻는다. “먼 데로 가세요?”
나는 피곤함과 땀으로 범벅이 된 목소리로 “네. 먼 데서 와서 먼 데로 갑니다. “라고 말하려 한다.
하지만 슈퍼마켓 여주인은 내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조심히 다녀오세요.”라고 한다.
혼자서 중얼거린 것일까? 그녀의 영혼 없는 말에 나도 혼잣말하듯 “네. 다시 돌아와야죠. 주인이 보내주신다면 꼭 다시 돌아오고 싶은 세상입니다.”하고 말한다. 그리고 가계 문은 찰랑 소리를 내며 닫힌다. “찰랑… 또르르.” 그 소리는 화두가 되어 내 안에서 메아리친다.
그날에는,
다시 오는 날에도
너는 지금의 너를
사랑할 수 있는가.
어떤 이는 내게
데드포인트 앞에선 이들에게
페이스메이커 같은 삶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는 또 내게
견디는 걸 멈추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 한다.
언젠가
그 언덕을 넘어
그 너머에 당도해 있는
자기와 마주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