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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Oct 25. 2024

해피엔딩은 어렵더라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던 날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급히 병실에 모였고, 각자는 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워계신 할아버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시며 이야기를 듣고 계셨습니다. 오래간 마무리를 준비해 오신 할아버지였기에 답답함이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온 의사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조심스레 언급했습니다. 그때 저는 할아버지의 손을 내내 꼭 잡았습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마지막 체온을 느꼈고, 마지막 떨림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제 손을 잡으신 채, 평온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안해 보이셨고, 억울한 것이 없이 마무리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호상이라 불렀습니다.


그 순간은 제 인생에 작은 경종을 던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회적인 큰 성과나 명예를 남기신 분은 아니었지만, 삶의 마무리는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질문을 하나 품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부와 성공을 누렸지만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삶과, 평범하게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 축복과 사랑 속에서 떠나는 삶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일까?" 하고 말입니다.

해피엔딩의 환상과 그 뒤에 숨겨진 현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인생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동화와 영화 속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영원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결말을 환상으로 심어왔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고, 심바가 왕국을 되찾으며, 마블의 주인공들은 인류를 구원합니다. 이 들이 결국 정의를 바로 세우는 모습은 모든 것이 끝내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죠.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진짜 삶에서 ‘해피엔딩’이라 불리는 결말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며, 새로운 도전과 고난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현실 속 신데렐라는 난생처음 겪는 왕실의 규범과 기대에 적응해야 할 것이고, 심바는 왕국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친 가지입니다.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위기를 끊임없이 던집니다. 

황망한 사고나 질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처럼 우리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일들은 수없이 다가옵니다. 그런 순간마다 우리는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과 맞서 싸우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그 과정에서 온전한 건강과 충분한 사랑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해피엔딩 대신 ‘과정’을 사랑하는 법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곱씹으며, 저는 해피엔딩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마무리는 충분했지만, 그것을 통해 저는 뜻밖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많은 우리에게는 그것은 분명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요. 이에는 무엇보다 오랜 생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흔이 다되어가는 삶의 순간순간을 견디고 이겨내며 마침내 도달한 마무리는 오히려 저에게 막막함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제게 다른 희망과 의지를 남겼습니다. 이제 저는 한순간의 완벽한 끝을 꿈꾸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려 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었다' 하는 마음말입니다. 우리 모두 백 살을 바라보며 직전까지 살 수는 없더라도, 언제든 눈을 감을 때 "충분히 살았다"라고 말할 순간을 만들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를 위해 인생은 한순간의 결말을 위해 달려가는 여정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과 도전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 먹는 음식에 기뻐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꿈꾸는 것을 미루지 않는 것. 지금 먼 미래의 행복함에 집착하지 말고, 매 순간의 경험과 배움이 충분한 행복의 요소임을 깨우치면 됩니다. 


갑작스러운 마무리를 만나더라도 '이쯤 하면 괜찮은 삶이었다' 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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