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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년, 혼자 사는 노인입니다.

비혼주의자 못된 아들

by 캉생각

결혼을 안 한다고 하면 내가 불구덩이로 걸어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많은 고독의 날을 어떻게 보내려고?"

마치 내가 억겁의 지옥으로 향하는 것처럼. 그들의 염려는 진심이다.


30년 후 2055년, 나는 한참 60대가 되어있다.

그때의 나는 혼자일 것이다. 배우자도, 자식도 없이.

지금 사람들은 그 모습을 상상하며 안타까워한다. 텅 빈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병원에 혼자 가는 노인.

현재의 시선으로 그 장면만 보면 혼자 늙음은 그리 멋지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60대가 되어도 나는 즐거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생산되는 컨텐츠와 기술의 홍수속에서 매일 재미를 찾을것이다. 또한 친구도 만날 것이다. 평생 비혼으로 산 친구. 결혼했다가 돌아온 친구. 배우자와 사별한 뒤 다시 혼자가 된 친구. 같은 처지가 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평소엔 모임이 있고, 명절엔 가족 모임 대신 우리끼리 만난다. (정확히는 만날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혈연이 아니라, 선택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도 자식이 있으면 더 좋지 않아?"

요양원에 버려진 노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자식이 몇이나 있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평일은 물론이고 명절에도 안 오는 자식들, 심지어 임종조차 지키지 않는 자녀들. 이런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왕래하는 자식이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키웠는데..." 이 원망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고통이다. 나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실망할 일도 없다.


나는 차라리 기대한다. 30년 후의 나를. 우리의 미래를.

기술과 시장은 필연적으로 수요를 따라온다. 미래에는 1인을 위한 식사가 넘쳐나며, 독거인 전용 주거 단지가 들어서고, AI가 잔소리 없이 건강을 챙겨줄 것이다. 나는 매일 정교한 기계로 커피를 내리고, AI가 추천한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우리 집에 설치된 AI가 호출해 놓은 자율주행차를 타고 산책을 간다. 저녁에는 VR로 친구와 함께 식사한다.


물론 아프면 힘들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30년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라!) 의학기술은 지금을 능가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병원 동행 서비스가 가족보다 살뜰하게 나를 챙길 것이다. 효자 아들보다 성실하고 정확한 알고리즘이 나를 돌볼 것이다.


내가 번 돈은 온전히 내 것이다. 자녀 양육비, 교육비 걱정 없이 모은 자산으로 편안하게 산다.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으로서, 혼자 살기 좋은 세상에서, 원할때면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이게 지옥불이라고?


나는 차라리 이게 더 두렵다.

평생을 남을 위해, 남에 맞추어 살다가, 마침내 혼자가 됐을 때 혼자 사는 법을 모르는 것.


"그 많은 고독의 날을 어떻게 보내려고?"라는 질문에 나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그 많은 고독의 날, 나는 그날들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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