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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25. 2024

초록의 시간 894 두 소녀의  뒷모습

바람이 불어오는 곳

두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소녀들의 뒤를 따라

느리게 걷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두 소녀가 화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바로 뒤를

어쩌다 따르게 되었거든요


한 소녀는 키가 크고

한 소녀는 키가 작아요

키다리 소녀의 높은 소리와

키 작은 소녀의 낮은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서로의 소리에 젖어들고

서로의 소리에 마음을 얹듯이

다정히 노래를 부르며 걸어갑니다


그러다 소녀들이 까르르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멈춥니다

뒤 따라 걷던 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게 되었죠


소녀들이 중얼거려요

있잖아 우리 파트가 엉겼어

서로 상대방 파트를 부르고 있어~

그러면서 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나도 덩달아 소리 없는 미소를 지어봅니다


참 예쁜 소녀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어봅니다

그렇군요 서로 엉기는 것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엉기기도 하면서 내 파트가 아닌

상대방 파트를 부르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입장을 바꿔보는 기회니까요


두 소녀의 뒤를 따르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집니다

안녕 소녀들아~

두 소녀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며 중얼거립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는

소녀들의 걸음걸음마다 즐겁고

신나고 유쾌하고 행복하기를~

소녀들을 안고 가는 바람이

사철 훈훈한 바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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