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른 팀에 지원을 갔다. 그쪽 부장이 내 칭찬을 들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조용히 숨고 싶어 졌다. 옛날처럼 인정받았다는 마음에 기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덤덤하지도 않았다. 싸한 느낌이 들었다.
저마다 가치관에 따라 직장과 직업을 선택한다. 직업을 통한 경력개발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고 직업은 생계의 수단으로, 다른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전자에 해당했다. 나름의 꿈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직업과 직장을 선택했다.
나는 직장에서 칭찬을 듣는 게 좋았다. 칭찬받기 위해 일을 한건 아니지만 타인에게 인정받았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순수하게 즐거워서 더 몰두하고 더 개선하고 더 해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내 꿈과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었다.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CEO, 제프리 이멜트는 "회사는 임직원에게 지갑, 머리, 가슴을 채워주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그런 이론과 다르다. 대부분의 직장은 직원의 지갑, 머리, 가슴에 관심이 없다.
일에 매진하려면 그만큼 성과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 그건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승진, 돈이었다. 나는 우선순위가 가장 높았던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고, 결국 직업의 목표를 생계의 수단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은, 칭찬을 들으면 기쁘지 않다. 칭찬에는 대가가 있다. 대개 직장에서는 칭찬에 일이 따라온다. 한때 나는 그 추가되는 일마저 보상으로 생각하고 좋아했다. 이제 똑같은 패턴은 벗어날 때가 됐다. 지금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서 인생을 즐기는 게 목표다. 적당한 난이도의 적당한 일을 하면서 적당한 월급을 받고 인생을 즐기고 싶다. 요즘 나는 버킷리스트를 단기, 중기, 장기로 분류해서 수시로 채우고 빠르게 비워나가면서 사는 게 행복하다. 직장인이라서 일주일의 5일, 하루의 8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긴 하지만 그 나머지의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한다. 퇴근 후에는 회사 생각, 일생각, 업무연락과 단절하고 산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의와 상관없이 학교에서 점수로 줄 세우는 문화에 길들여져 왔고, 대학교, 직업, 직장 등의 타이틀을 지표로 우리 인생의 가치를 평가당해 왔었다. 그 속에 '자아실현'은 이론으로 존재할 뿐 강제로 세워진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달리기 바빴다. 평생, 달리면 칭찬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느리거나 멈추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평가가 나의 것일까? 사실 외부의 피드백은 내 행복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나는 이걸 굉장히 늦게 깨달은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그런데, 고래는 춤을 추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