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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Dec 08. 2020

1일 1 고양이 1 산책

문득 돌아본 곳에서 만난 작은 치유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2만 원. 힘들게 얻은 내 첫 보금자리를 두고 사람들은 걱정이 많았다. 과거 살인사건이 일어난 동네인 데다 외국인이 많고, 여자 혼자 살 곳이 못된다는 말은 지겨울 정도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부정하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실제로 밤이 되면 집 앞 골목은 제법 어두웠고, 가끔 기사를 통해 사건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 동네가 참 좋았다. 가성비가 좋고 비교적 학교와 가깝다는 것 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는 엄청난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 4층 빌라 건물을 나와 열 걸음 정도 걸으면 왼쪽에 작은 돌계단이 보였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공원이라 부르기는 궁색한 작은 놀이터와 풀숲이 있고, 거기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학교에서 시험 점수가 엉망으로 나왔을 때도, 아르바이트비가 밀려 일주일간 달걀 넣은 라면만 먹었을 때도, 불투명한 미래에 속이 답답할 때도 고양이는 항상 그 자리를 지켰다. 한 마리 때로는 두 마리, 서너 마리가 모여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버거운 나의 걱정들은 잠시나마 잊혔다. 덕분에 잡념을 떨치기 위한 산책길의 마지막은 항상 고양이 생각으로 끝이 났다. 


'1일 1 고양이 1 산책'은 10여 년이 지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산책을 하며 만났던 고양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모두 지나갔지만 당시엔 치열했던 이런저런 기억의 작은 메모와 잊지 못할 고양이, 산책에 덧붙여 본다. 현재 진행 중인 산책과 과거의 산책은 꼭 시간 순서를 따르진 않는다. 다만 문득 생각나는 풍경들을 다시 소환해 나누고픈 마음이다.


오늘도 나는 혹시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진 않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1일 1 고양이 1 산책의 행운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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