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Nov 23. 2023

민주언론상과 임을 위한 행진곡


7년을 몸 담은 지역언론을 떠나 지난 7월 독립언론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갓 시작한 신생 언론에게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보도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수개월 매일 최선을 다해 취재했고 보도했다. 얼마 전 공동취재단이 민주언론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끄럼 없이 기뻐할 수 있었다.


2023년 11월 22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민주언론상 시상식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 모여 언론민주화를 외치는 언론 동료들을 보며 숙연해지기도, 마음 한편이 끓어오르기도 했다.


곧이어 행사가 시작됐고 묵념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래의 전주가 나올 때부터 목이 멨지만 한 소절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힘주어 불렀다. 순간 지난 3~4년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2016년 언론사에 입사한 이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종종 들었다. 제목도 가사도 모른 채 출입처 정문에서 투쟁하는 노조들이 틀어 놓은 노래를 무심하게 듣는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언론개혁을 위한 노동조합을 시작했고 노동운동의 당사자가 됐다. 인고의 시간은 흘렀으며 2021년 그때가 왔다. 인천참언론시민연합에서 우리 노조에게 상을 준 날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불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이전에 불러본 적도, 가사를 눈여겨본 적도 없기에 입도 벙긋 못한 채 비장한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년을 더 투쟁했다. 결국 직장을 바꾸지 못하고 떠나야 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노조원이자 사무국장이었던 그때로 돌아가는 듯했다.


31살.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르지 못한 나는 언론환경을 바꿔보겠다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34살이 된 지금의 나는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면서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민주언론상을 받은 밤. 적어도 이 상이 부끄럽지 않게 목청을 높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표 던진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