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우리가 가장 배워야 할 건 자기친절이에요. 그 친절은 몸에서 시작해야 해요. 몸 존중은 내 몸을 한 인격체로, 친구처럼 대하자는 거예요. 저는 '내가 아플 때조차 내 몸에 친절할 수 있기를' 이런 구절을 자주 읊조려요.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에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건강한 낙관은 사실 허약한 토대에서 비롯한 거란 걸 코로나19를 통해 배웠으면서도, 장애를 가진 내 모습은 어쩐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늙고 병들 텐데 말이다.
이 책은 '늙고 병듦'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작가의 위트와 분노가 곁들인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문제의 중요성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난 '늙고 병들고 높은 확률로 추해질 내 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개인적인 차원에서 '늙고 병듦'은 두려운 미래다.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물론 난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20대 중반인 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벌써 무릎이 아파서 눈물 흘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자기 친절이다. 내 몸을 타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핵심이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박김영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산책 나가려면 30분 이상 걸려요. 그걸 너무 지겨워하면 저는 못 사는 거예요. 몸을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없이 그냥 살아요. 나는 나가려면 30분 이상 걸리는 사람이다, 지금 상황은 이렇다, 그러고 나갈지 말지 결정하는 거죠."
그렇다. 자기 친절은 스스로를 쿨하게 대하는 태도였다. 난 어차피 이런 몸이니 몸에 대한 불평은 집어 치우고 몸에 맞는 생활 방식 찾기! 삶의 동반자인 몸과 함께하려면 그런 태도는 필수다. 마음에 안 든다고 몸하고 별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난 요즘 내 허접한 무릎에 쿨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발이 시려우면 양말을 신을지언정 양반 다리는 하지 않기, 양반 다리 하지 못함을 자책하지 말기, 이런 것 말이다.
또, 작가는 사회적 차원에서 '늙고 병듦'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늙고 병듦'에 관대한 사회가 어떤 사회일까? 중요한 건 '늙고 병듦'의 탓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개인이 무언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필연이기에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 지점에서 우린 평균 범위를 벗어나 더 늙고 병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터득할 수 있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인과 동물 차별의 논리는 같다고 주장한다. 이성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를 담은 특정한 몸이 있다고 상정한 뒤 줄 세우기 하는 방식이다. 성별, 인종에 따른 차별도 이 줄 세우기에 따른다. 유색인과 여성은 덜 이성적인 존재로 취급당했고, 그게 차별의 근거가 됐다. (…) 애초에, 인간이 상상도 못 할 수많은 재능과 미덕이 반짝이는 세상에서 이성이 특별한 지위를 누릴 이유는 없다."
이성이 특별한 지위를 누릴 근거가 없다면 몸이 천대 받을 근거가 어디 있겠는가. 내 몸에 친절하려 노력하는 만큼 나와 다른 몸에도 친절해지고 싶다. 그럴 때 비로소 사회는 '늙고 병듦'에 관대해진다.
몸이 사람을 평가하는 우선 기준이 아닌 사회를 상상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미래가 기대된다. 꼭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