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아버님 같은 말 두 세 마디.
소변으로 그 난리를 친 오후, 아버님은 진통제를 투여하고 나서 한결 편안해지셨다. 여전히 배가 아프고 몸이 간지럽고 소변과 대변 주기가 안 잡혀 불편하셨을 테지만 너무너무 괴롭다고 하지 않으셨고 내게도 고통이 사라졌다고 말씀하셨다.
생각지 못한 아버님의 모습으로 간병 중 멘붕이 왔던 나는 이후의 시간이 정말이지 오전보다는 나아지기를 빌며 아버님 손을 잡아드리고 있었다. 그런 내게 갑자기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 나는 네 눈이 너무 예뻐. 네 눈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라며 내 손을 당신의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 나는 네가 좋아. 항상 기뻐하며 즐겁게 살아라. " 그러고 나서 나를 안아주시려는 듯 마비되지 않은 오른쪽 팔을 쭈욱 뻗어 나의 어깨를 토닥이시려고 하셨다.
나는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아버님 손을 잡고 울었다. 무슨 울음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이전까지 간병이 힘들어 아버님이 왜 저렇게 변하셨나 불평하였던 것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었을까, 아버님이 자리에 누워계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을까,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뭔가 미래에 있을 아버님과의 이별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같이 여겨져서였을까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꺼억꺼억 나오는 깊은 울음을 참기가 힘들어 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나중에는 아버님 곁에서 머리를 파묻고 진정이 될 때까지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
눈물을 닦고 용기 내어 나도 말했다.
"저도 아버님이 좋아요. 괜찮아지실 거예요. "
아버님은 허공에 대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뭔가를 쓰다듬는 듯 한참을 손으로 허공에 휘적거리셨다. 무엇을 하시냐고 여쭤봐도 무엇을 쓰다듬으시냐고 여쭤봐도 대답 없이 한참을 무언가를 허공에서 쓰다듬으신 후 순간순간 낮잠에 빠져드셨다. 이미 며칠을 못 주무시고 계셨기에 나는 아버님이 주무시는 것이 참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섬망증세가 나타난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자고 나면 괜찮아지실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아버님 곁에 있다가 저녁에 아주버님이 오셨다. 나는 마지막으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아버님께 작별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아버님께서 " 그래, **에게 미안하구나. 아내를 내가 오늘 고생시켰네. 잘 가라."라고 아들이름을 들먹이며 내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셨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 나는 아버님께서 내게 했던 두 세 마디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리고 '미쳐'를 속으로 연발하며 간병을 괴로워하던 내 마음도 아버님에 대한 연민과 부끄러움으로 변하였다. 여전히 간병을 힘든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어쩌면 간병을 하기 전보다도 더 간병을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 내 몸에 각인시켜 놓았지만 아버님의 따뜻한 말은 어느새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아 간병의 어려움이 아닌 오직 아버님께 내 마음을 맞추는 역할을 하였다.
평소 아버님의 말씀이 그리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날 기어이 병상에서도 아버님의 아름다운 말씀은 그렇게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