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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대는 범블박 Aug 25. 2020

커피 한잔이 58만 원이 되는 마법

[주린이가 주린이에게] 잃을 것인가 남길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직장인이라면, 가정을 꾸린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꿈이다. 하지만 연봉이 늘어나는 속도, 적금으로 자산을 불리는 속도보다도 빨리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지레 포기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 더이상 저금으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은 의미가 없어보인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기업 가치보다 떨어진 주식에 뛰어드는 동학개미, 미국 주식에 뛰어든 서학개미를 시작으로 바야흐로 주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이다. 조심해야 한다고 일컬어지던 담배, 술, 도박, 마약, 이성 중 도박에 해당하는 말로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해본다. 나 또한 도박 같은 주식은 결사코 반대한다. (ex. 코로나 바이오 광풍)


주식 = 도박일까? 미래를 예측해서 돈을 거는 리스크라고 본다면 주식도 어찌 보면 같은 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지노에서 플레이어의 승률은 몇 % 인지 알고 있는가? 통상 카지노에 도전하는 플레이어의 승률은 40% 후반이다. 승률을 48%라고 가정한다면, 2%라는 조그마한 승률의 차이로 유한한 플레이어의 돈은 무한한 시간의 숲에 빠져 바닥이 난다.


그렇다면 주식은 어떨까? 10년 전, 20년 전의 삼성전자 주가를 볼 필요는 없다. 그때는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될 줄 몰랐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것은 경제의 방향성이다. 경제는 항상 발전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고 지금도 모든 회사와 직원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사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발에 차이는 평범한 직장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서든,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든,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든 각자의 업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직장인의 노력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두의 노력이 담긴 경제의 방향성을 믿는다. 즉, 카지노처럼 플레이어의 돈을 호시탐탐 노리는 환경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또 하나의 요소를 더하자면, 시간이다. 카지노에서의 시간은 유한한 플레이어의 자본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역할이지만, 주식에서의 시간은 투자자를 선택지를 넓힌다. 주식에서는 투자자가 승패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은 무한하기 때문에 지금 꼭 살 필요도, 지금 꼭 팔아야 할 필요도 없다.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순간까지 기다린다.(상장폐지만 안 당한다면) 이 곳에서의 시간은 투자자 편이다.(라고 쓰고 존버라고 읽는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주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 19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만들어진 틈을 이용하고자 함이다. 누군가에게는 인류 멸망의 신호탄이나 뉴 노멀의 시대의 시작일지 모르지만, 나는 코로나 전과 후의 삶의 모습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여전히 해외여행을 떠나 모래사장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라는 명제를 믿는다면 그런 삶의 파트너가 되는 기업의 가치가 지금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원래 가치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영속 가능한 기업이나 사업은 없지만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법칙은 사람 사는 동네라면 어디에서나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귀찮은 금융 절차만 남는다. 계좌를 만들었다면 내가 가진 자본 중 투자금을 추려보자. 첫 번째로 생각할만한 것은 '잃어도 되는 돈'의 여부다. 물론 잃는 걸 전제로 투자를 하진 않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투자를 도박으로 하지 않기 위함이고 투자 시점과 매입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함이다. 가지고 있는 목돈에서 이 정도는 잃어도 괜찮은 범위를 정해보자. 내 경우 타지에서 번 자본금이 있었고, 당시에는 주가가 폭락하고 있었으며,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목돈을 다 넣었다.


'잃어도 되는 돈'을 정했다면, '잃을 예정이었던 돈'도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돈이자, 절약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습관도 기른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목돈이 없는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잃에돈'은 제 소비 습관에서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이야기한다. 예컨대 나는 출근하면 늘 사 먹는 커피를 줄였다. 3천 원에서 5천 원하는 그 돈은 한번 마시면 없어지는 돈이지만(살이 되거나), 투자를 한다면 반토막이 되더라도 남는 돈이 된다.(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워런 버핏 옹이 젊은 시절 사람들에게 머리를 자르는데 정말로 3억 5000만 원을 쓰고 싶냐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불과 몇 달러 겠지만 복리로 계산하면 수십 년 후에 3억 5000만 원의 가치의 돈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커피 한잔을 참으면 58만 원이 생기는 이 '마법'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거라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잃되돈'은 예금, '잃예돈'은 적금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오르는 물가 상승률과 그 보다 더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의 다양한 변수를 생색내는 듯이 쥐어주는 은행 이자(1 ~ 2%)로는 내 자산의 가치가 계속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단순히 안전 금고의 역할로 쓰고 있으며, 비상금 명조의 돈은 은행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상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수익이 난 주식 중 일부를 팔아 보태는 것이 물가 상승률로부터 내 자산을 보호하는 저금리 시대의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훗날 이야기하겠지만 '잃예돈'은 '잃되돈'보다 훨씬 중요하다. 손실을 커버하고 비상 탈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물타기'에 너무나도 중요한 자산이 되며, 때로는 이익을 증폭시키는 부스터의 역할을 한다. 추가적으로는 분산 투자가 자동으로 되는 습관이라 미래의 자산을 위해 생활 속 절약이 강제되는 '잃예돈'의 습관을 기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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