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무섭지만 사자 엉덩이는 두드릴 수 있어

카젤라파크 모험기

by 정의시선 jungsee
IMG_9365.JPG 냥냥냥 그냥 덩치 큰 냥이, Mauritius, 22nd Jul, 2023




이번 장에선 모리셔스에서 빼먹을 수 없는 액티비티! 카젤라파크에 대해 소개한다. 카젤라파크는 모리셔스 서쪽에 위치한 사파리 공원이다. 그런데 에버랜드의 사파리와는 다르다. 에버랜드의 사파리는 인간이 모아둔 동물의 우리를 살펴보는 거라면, 카젤라파크는 대자연 속에 인간을 콕하고 떨어트린 느낌이다.


카젤라파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액티비티가 하나 있는데 바로 'Walking with Lion, 사자와 함께 산책하기'이다.



맹수의 꼬리를 붙잡고 야생을 걸어 봤는가?



처음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주변에서 모리셔스 그 나라에 가면 뭘 할 수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사자와 산책을 할 수 있어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하게 말했었다. 그러면 꼭 다시 묻는다. 사자...?


리브와 나는 이 Walking with Lion을 비롯한 쿼드 바이크와 투어 버스를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카젤라파크에 방문했다.




628-DSCF8921.jpg 드디어 이곳에 왔어,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사실 카젤라파크는 가장 기대한 곳이고 궁금한 곳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올린 모든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모든 블로그 글은 읽고 신혼여행에 왔다. (사실 모리셔스가 잘 안 알려지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2년이 넘게 막혀 있어서 정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큰 걱정이 있었으니...


모리셔스에 와서 보니까 리브가 작은 새를 너무 무서워한다.



아니, 한국에서 비둘기가 날아갈 때 움츠리는 건 이해가 됐다. 병균이 있을거 같으니까! 그런데 그런 위생적인 이유보다 '그냥' 리브는 새를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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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너무 무서워, Mauritius, 19th & 25th Jul, 2023 @on.time_jungsee



리브를 데리고 동물밖에 없는 카젤라파크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된 마음에 카젤라파크에 들어가기 전부터 리브에게 괜찮겠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리브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자 엉덩이는 만져봐야지





468-DSCF9011.jpg 셔틀버스 운전사 아저씨, 인상이 너무 인상적,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카젤라파크에 입구를 보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대기 중인 전 세계 외국인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준비성 철저한 우리 한국인들은 미리 예약한 내역을 인쇄해서 직원에게 보여주고 프리패스를 한다.


하지만 빠른 입장을 하자마자 곧 당황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카젤라파크는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셔틀버스를 타고 주요 포인트 근처에 내린 후 좀 더 걸어서 이동을 한다. 하지만 말이 셔틀버스이지 출입문은 어디 갔는지 떼어져 있고 움직일 때마다 삐끄덕 거린다. 하지만 이게 또 사파리에 어울리는 터프함이다. 역시 콩깍지가 좀 끼었나?



619-R0001221.jpg 사파리 투어 버스,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우리가 첫 번째로 둘러볼 코스는 투어 버스를 타고 사파리 안을 크게 둘러보는 것이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도착하여 투어 버스에 타니 곧이어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사람도 충분히 넘나 들겠는데? 싶은 울타리를 지나 사파리에 들어왔다.



DSCF8976.JPG 르몽 산을 배경으로 얼룩말 보기,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DSCF8960.JPG Try Everything,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580-R0001234.jpg 2D 아니고 3D 코뿔소입니다,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사실 이번 장을 모두 동물 사진으로 도배하고 싶을 정도로 투어 버스는 재밌었고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액티비티도 기대가 된다.




DSCF9063.JPG 르몽 산도 식후경,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사파리 투어가 끝난 뒤 우리는 카젤라파크 내에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간단히 햄버거를 시켜 먹었는데 사실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왜냐하면 이 레스토랑에 방문한 손님이 모든 감각을 다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R0001301.JPG 형이 왜 거기서 나와?,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레스토랑을 방문한 깜짝 손님은 카젤라파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새였다. 이 공작은 꼬마 친구들이 주는 빵부스러기를 먹었는데 크기가 생각보다 컸다.


DSCF9041.JPG 색이 참 이쁘다, Mauritius, 22nd Jul, 2023 @on.time_jungsee



근데 여기서 기억 나는가? 새를 무서워하는 리브, 괜찮을까?



이쁘잖아. 괜찮아.



사람과 사회는 일관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리브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IMG_9251.jpg 달리자 쿼드바이크, Mauritius, 22nd Jul, 2023



밥을 먹고 우린 쿼드바이크를 타러 갔다. 이 쿼드바이크는 가이드를 따라서 약 10팀 정도가 사파리 내부를 도는 투어이다. 사실 투어 버스와 같은 코스로 가기 때문에 선택을 안 하는 팀도 종종 있는 거 같은데 우리는 좀 더 가까이 생생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쿼드바이크를 타면 진흙 도랑을 건너기도 하고 바로 코 앞에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아기 얼룩말에게 직접 먹이를 주면서 만져 볼 수 있다.


IMG_9287.jpg 너 참 모히칸이 잘 어울리는구나, Mauritius, 22nd Jul, 2023



투어 도중에 우리 바이크로 온 아기 얼룩말은 바이크에 올려둔 먹이를 얌전히 훑어 먹었다. 그때 슬쩍 얼룩말을 만져봤는데 생각보다 털이 부드럽다. 역시 아기다.


또 위에서 본 거처럼 쿼드바이크를 타면 사파리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어준다. 작가님은 우리보다 앞서서 이동을 한 후에 동물들과 같이 있는 모습, 르몽 산이 배경이 되게 하는 모습, 멋지게 진흙 도랑을 쿼드바이크로 건너는 모습 등의 사진을 찍으셨다. 나는 이 사진들의 퀄리티가 꽤나 기대됐는데, 바로 작가님이 니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사파리에선 니콘을 써야지!


그런데 막상 사진을 받아보고선 빵 터졌다.



IMG_9270.jpg 뒤에 리브 있어요, Mauritius, 22nd Jul, 2023
IMG_9252.JPG 아내 얼굴 완벽하게 가려버리기, Mauritius, 22nd Jul, 2023



나중에 메일로 전달받은 사진을 살펴보니 리브가 제대로 나온 사진을 찾기가 어려웠다. 모든 사진의 초점을 나에게 맞춰져 있었고, 위에 사진처럼 아예 리브가 안 나온 사진도 있었다.



사진작가님 마음에 내가 꽤나 들었나 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면 웃음만 나온다.




IMG_9423.JPG 사자 앞에서 뽀뽀해 본 사람?, Mauritius, 22nd Jul, 2023



드디어 메인 코스다! Walking with Lion!


사자와 함께 산책하는 투어엔 10~15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있다. 그리고 가이드 겸 사육사 한 명과 보조 가이드 한 명, 사진작가 한 명까지 총 13~18명의 사람과 함께 두 마리의 사자가 배정된다. 배정되는 사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고 그날의 컨디션을 사육사들이 보고 결정한다고 한다.


배정받는 사자 두 마리 중엔 특별한 친구들이 있는데, 바로 수사자와 흰 사자이다. 보통 산책에 나오는 사자는 보통에 누런 털을 가진 암사자이지만 가끔 수사자나 흰 털을 가진 사자가 나오기도 한다.



IMG_9391.jpg 그런데 그 흰 사자 여깄습니다, Mauritius, 22nd Jul, 2023



맞다. 우리와 함께 산책을 나갈 한 마리의 사자가 흰 사자이다. 멀리서 등장하는 사자를 보며, 사육사도 한 마디 했다.



너희 운 좋다. 흰 사자는 모리셔스에서 특별한 존재야.



이 친구를 잠깐 소개하자면, 이 카젤라파크에 있는 사자 중 가장 강한 알파 개체라고 한다. 함께 산책을 나온 다른 암사자도 있었는데 분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흰 사자 보다 먼저 앞서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엄청난 하악질과 함께 흰 사자가 다른 사자를 혼내더니 자신의 권위를 침범당한 것에 있어서 신경질을 냈다. 다른 사자는 금방 기분이 토라져서 산책 내내 표정이 안 좋았다.



IMG_9365.JPG 왠지 모르게 얘 표정이 안 좋아졌다., Mauritius, 22nd Jul, 2023
IMG_9372.JPG 리브의 손길이 싫은 건 아니지?, Mauritius, 22nd Jul, 2023



카젤라파크의 사자들은 아기 때부터 사육사들한테 자랐기 때문에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이 바로 위에 사진에 우리가 꼭 붙잡고 있는 나무 막대이다.



나무막대를 들고 있으면 인간, 나무막대가 없으면 먹이다.



한 번은 우리 팀의 중국인이 이 나무막대를 손에서 놓쳤는데 짧은 비명과 함께 허겁지겁 막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다행히 사자들은 큰 자극을 받지 않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팀 내에 저렇게 집중 안 하고 덤벙대다가 사자를 자극하는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 있어서 눈쌀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사육사의 서늘한 농담에 이 중국인 친구가 살아남아서 다행이라 느껴졌다.



저기 차이니즈 푸드 있으니까 가서 먹어 사자야




사자들과 독사진도 찍고 커플 혹은 가족과 단체사진도 찍고, 그리고 한 명씩 사자 바로 옆에 걷기도 했다. 이렇게 사자 바로 옆에 걸을 땐 사육사가 등을 한 번 때려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꼬리를 만져보라고 시키기도 한다. (들리는 말로는 수사자가 나오면 Balls를 만져보라고 시킨다고)


나도 꼬리를 잡아봤는데 오! 밧줄을 잡는 것처럼 딴딴했다. 그리고 엉덩이를 살짝 때렸는데, 와 이건 내가 만져본 가죽 중에 가장 질긴 가죽이다. 실제로 사자의 가죽은 매우 질기고 근육량이 엄청나서 사람이 쌔게 때려도 느낌도 안 온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자 엉덩이를 때리고 난 후에 사자의 사냥을 보게 됐다.


IMG_9430.JPG 우리 부부가 입이 제일 크다. 아 사자 빼고., Mauritius, 22nd Jul, 2023


너 맹수 맞구나... 엉덩이 때린 건 잊어주렴


사실 같이 산책하는 동안 느껴지는 사자는 그냥 큰 고양이 같다는 것이다. 인간의 손을 타면서 자란 친구들이라 얌전하지만, 나무도 쉽게 타고 높이 있는 생닭을 점프로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나오는 맹수의 힘은 잘 남아 있나 보다.





Walking with Lion이 끝나니 카젤라파크의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가 방문한 7월은 모리셔스의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기도 하고, 사파리 환경을 위해 인공조명이 최소화된 카젤라파크는 어두워지면 위험할 수 있기에 빨리 나가야 한다.


우리는 거북이도 못 보고 다른 동물도 못 본 것이 아쉬웠는데 다행히 마지막 타임으로 TULAWAKA라는 코스터(; 아프리카 금광을 캐던 광산에서 쓰던 광차)를 탈 수 있었다.


이때 너무 급하게 타서 제대로 사진과 영상을 못 찍었는데, 나는 하늘에 뜬 쌍무지개를 보았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


IMG_9438.JPG 마지막은 흰 냥이, Mauritius, 22nd Jul, 2023




인터뷰: 리브는 카젤라파크에 또 가보고 싶어?


당연하지!

나는 카젤라파크 같이 안전한데 자연 속 동물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그래서 또 가보고 싶어.

동물들 사이 한가운데에 내가 있는 경험을 또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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