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오리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새벽녘부터 삐악삐악 구슬픈 울음소리가 귓속을 멤돌었다. 상자 덮개를 여니 밤새 싼 똥으로 뒤 덥인 패드 위에 축 늘어진 녀석을 마주했다. 어제 저녁녘까지 멀쩡했는데 어찌 된 일일까. 둘이 하나 되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녀석들인데. 먼저 간 녀석이 불쌍하고, 남은 한 녀석의 눈망울도 보기 애처롭다.
상자 안을 정리했다. 깨끗한 패드를 깔고, 시원한 물과 배불리 먹을 만큼 사료를 넣어 주었다. 둘이 살던 자리를 홀로 쓰니 꽤나 넓겠다. 이젠 허둥지둥 사료를 더 먹으려 다투지 않아도 될 테고. 따듯한 백열등 전구 아래를 차지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 혼자가 되었으니 모든 게 내 차지가 되겠지. 허기를 채운 녀석은 따스한 불빛을 쬐며 지그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곧 아침이 오면 가족은 각자의 삶을 따라 사라질 텐데 어찌할까.
잠시 안 보이면 불안함에 울음을 멈추지 않을 터인데.
홀로 남은 새끼오리를 어떻게 챙겨야 할지 걱정스럽다.
떠난 녀석의 등 한 자리에 물기가 스몄다.
살아남은 녀석이 늘어진 몸을 추스르라며 쪼아댄 게 분명하다.
생명의 끈을 놓지 말라 애원한 흔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홀로 앉은 박스가 더 널찍해 보인다.
당분간 그 너른 자리만큼 살아남은 녀석의 허전함과 외로움도 크겠지.
둘이 아닌 혼자가 된 아침.
녀석이 감당할 만큼의 허전함과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