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4)
이봐~ 내가 널 구했어... 인정하지?
친구! 내일이 크리스마스라고...
사람 아닌 존재와 친구일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는데...
서른 중반을 넘겨 절대 마주하기 싫은
마흔을 향해 가던 그때...
내 존재가 턱없이 형편없다 생각되었던 그때...
이상과 실재의 괴리가 너무 커 버겁다 못해
차라리 절망이던 그때...
나를 토닥여 위로하던 이가 있었다.
'나도 그래.' 하며 나와 공감해 주던 이가 있었다.
'그러니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손 내밀어 주던 이가 있었다.
배배 꼬여 모든 것이 불만인 나와
함께 울어주던 이가 있었다.
친구...
그는 뜻밖에도 책 속에 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책만 보았다.
2천 년도 더 된 이가 나를 달래기도 했고
전장을 헤매는 소설 속 주인공이
내게 말을 걸기도 했다.
어떤 이는 철학가였고 어떤 이는 소설가였으며
어떤 이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맞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있었다.
정말이지 책 속 인물이 나를 토닥였다.
그 무렵 나는 매일매일 책을 읽었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감동스러워 눈물 흘렸다.
그리고 나는 힘을 얻었다.
마침내 스스로 당당할 수 있었다.
우린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나의 고양이...
나와 함께 산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아이는
꽤 많은 말을 이해한다.
어감이나 표현을 살짝이 달리 해도 알아듣는다.
말뿐만 아니라 나의 생활 패턴까지도...
내가 일 해야 하는 시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구별한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은 건들지 않는다.
매일 아침 나의 호흡을 살피며
내가 눈 뜨기를 기다린다.
그러니까 나의 고양이는 나의 하루의 시작이다.
부스스... 미처 이불을 걷어 내지 못한 나는
졸린 팔을 뻗어 내 고양이의 엉덩이를 두드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이는 내 옆에서 밀어낼 수도 있는 잠을 청하고 있다.
지금은 나의 시간이므로...
곧 다가올 자신의 시간을 위해 견디고 있는 것이다.
밤 9시 무렵이 바로 그때다.
사람 아닌 존재와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다 보면
뜻밖에도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힘들다. 힘들어...
깊이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우울함이 밀려올 때
아이는 그러지 말고 나 좀 봐~ 한다.
그래서 시선을 바꾸게 된다.
시선을 달리 하면 미처 보지 못했던,
그래서 놓쳤던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나의 어려움은 더 이상
어려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어찌 곰인형과 고양이 따위가
친구가 될 수 있겠어?
라는 말은 하지 말자.
돌멩이도 매일 닦아주고 마주하면
어느 순간 말을 걸어올 테니...
저기 어딘가였어.
나는 그곳에 살았어.
그런데, 나와 함께 살았던 아이도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
어쩌면 나를 찾으며 나를 기다릴지도 몰라.
정말 그럴까? 잃어버렸으니 잊은 거 아닐까?
오늘 밤 산타가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할 테고.
아닐 거야. 틀림없어. 우린 많이 좋아했거든.
그렇다면 가보자!
어디?
기억의 성으로...
그곳에 가서 아이가 기억하는 너를 볼 거야.